등록 : 2005.10.25 20:55
수정 : 2005.10.25 20:55
사설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등을 거쳐 매각을 앞두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등 4개사 노동조합이 우리사주조합을 통한 인수전 참여를 선언했다. 10~20% 정도 지분에 참여해 대주주를 견제하고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지배구조를 만들어가겠다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에 채권단과 보수언론은 손사래부터 쳐 왔지만 그리 볼 일이 아니다. 채권단은 경영프리미엄을 제대로 받을 수 없어 공적자금 회수액이 줄고, 책임경영이 안 된다는 이유를 내세운다. 보수언론은 공적자금을 들여 기업을 살려놓으니 특혜를 달라는 것이라며, 노조를 염치 없는 집단으로 매도하기도 한다.
오너가 없으면 안 되고 노조는 자기 몫만 챙긴다는 편견의 벽이 참으로 두터운 듯해 안타깝다. 매각 대상 기업들은 주로 재벌 체제 탓에 무너졌다 회생한 곳들이다. 기존 재벌은 그렇다 해도, 이런 기업까지 다시 재벌 체제에 흡수시킨다면 지배구조 개선은 요원하다. 특혜도 곤란하지만, 법 테두리 안에서 가능한 지분 참여까지 배제해서는 안 된다. 나아가 매각 입찰 때 지배구조 건전성 등에 가산점을 주어 종업원 참여 길을 넓히는 게 바람직하다. 그래야 다양한 지배구조가 발전해 갈 수 있다.
종업원 참여 경영은 중소기업에나 가능하다는 주장도 하는데, 알고 하는 얘기인지 억지를 부리는 건지 되레 묻고 싶다. 미국 500대 기업 안에 드는 사익, 아일랜드 최대 기업인 이어콤, 스페인의 몬드라곤그룹 등 종업원 경영 참여 아래 뛰어난 성과를 내는 외국 대기업 사례는 어찌 설명하려는가. 우리사주가 19.4% 지분을 지닌 쌍용건설은 국내에서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편견과 매각액 극대화란 눈앞의 성과에 얽매여 기업 지배구조에 변화를 줄 호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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