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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국 문학의 쾌거,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 |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가 17일 영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으로 뽑혔다. 맨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한국 문학 사상 처음으로 세계적인 상을 받은 것은 작가 개인의 영광을 넘어 한국 문학의 쾌거라고 할 일이다.
<채식주의자>는 지난해 1월 영국에서 번역·출간된 직후부터 영어권 언론의 관심과 찬사를 받아 수상 가능성이 크게 점쳐졌다. 한강의 작품은 155편의 경쟁작들을 뚫고 최종 후보에 올랐고, 노벨상 수상 작가 오르한 파무크를 비롯한 쟁쟁한 작가들을 제치고 수상의 기쁨을 안았다.
한강은 한국 문학의 거목인 한승원씨의 딸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수상은 2대에 걸친 문학 수련이 거둔 결실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수상작 <채식주의자>는 육식을 거부하며 말라가는 여성에 관한 이야기를 앞세운 연작소설이다. 주인공의 육식 거부는 어릴 적 받은 깊은 정신적 상처에서 비롯한 것으로 암시된다. 육식 거부는 모든 폭력을 거부하는 주인공의 몸부림을 상징한다. 이 작품은 인간의 폭력성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천착한다. 한강은 13살 때 아버지가 보여준 5·18 광주항쟁 사진첩의 희생자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아 그때부터 인간의 폭력성에 대한 깊은 물음을 품게 됐다고 한다. 5·18을 직접 다룬 한강의 작품은 <소년이 온다>이지만, <채식주의자>도 5·18이라는 한국 현대사의 커다란 상처를 근원에 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소설이 5·18 기념일에 즈음해 국제적인 상을 받은 것은 그래서 의미를 더한다.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은 작가와 함께 번역자를 공동 수상자로 뽑는다. <채식주의자>의 경우, 작품을 영어로 옮겨 세계에 처음 알린 영국인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가 함께 상을 받았다.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한국 문학이 세계로 나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이 좋은 번역이라는 당연한 사실이다. 한국 문학은 외부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문학의 보고라고도 할 수 있다. 이 보고가 세계인을 향해 열리려면 번역 작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훌륭한 번역이 함께할 때 한국 문학이 노벨상을 받는 날도 더 빨리 올 것이다. 다시 한번 한강의 수상을 축하하며 한국 문학의 융성과 활약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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