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0.26 20:50
수정 : 2005.10.26 20:50
사설
일본 도쿄지방법원이 그제 일제 때 강제수용된 소록도 한센인들이 낸 보상금 지급 소송을 기각했다. 반면 대만 낙생원 한센인들에는 보상금 지급을 명령했다. 아무리 재판부가 달랐다지만 같은 사안을 두고 같은 법원에서 정반대 판결이 나온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일본 정부는 2001년 한센인 보상법을 제정했지만, 한국 소록도와 대만 낙생원은 자국 시설이 아니라는 이유로 보상금 지급을 거부해 왔다. 소록도 재판부가 한센인들이 받은 편견과 차별의 책임이 일제의 격리정책에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입법 취지보다는 법구 해석에서 얽매여 소를 기각한 것은 유감스럽다.
한센병 피해보상 문제가 일본 법정까진 간 데는 우리 정부의 무관심 탓도 크다. 이번 기각 판결의 결정적 이유는 ‘자국 수용시설’로 제한한 보상법 규정 때문이다. 재판부는 법 제정 때 보상 대상과 관련해 일본 밖에서 격리된 사람들을 포함시킬지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우리 정부가 관심을 환기시키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음을 보여준 셈이다. 일본 언론들조차 ‘피해자들이 고령인 만큼 옛 식민지 한센인들에 대한 보상 길을 열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는 터다. 부끄러운 일이다.
한센인에 대한 차별과 인권유린은 정부 수립 이후에도 이어졌다. 농토를 개간하다 주민들에게 학살당하거나 군사정권 때 내쫓기기도 했다. 이참에 정부는 한센인의 실태를 철저히 조사해 보상과 자활 지원책을 내놔야 한다. 국가기관의 인권침해가 있었다면 국가 차원의 사과도 검토해야 한다. 62명의 국회의원이 발의한 ‘한센인 특별법’(가칭)도 올 정기국회에서 꼭 통과되길 바란다. 정부는 병마보다 무서운 천형을 지고 살아온 한센인들의 절규에 진지하게 귀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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