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담 후세인 축출 이후 마련된 새 이라크 헌법안이 국민투표에서 통과됐다고 이라크 선관위가 그제 발표했다. 종파와 종족에 따라 찬반이 극명하게 갈린 ‘분열의 헌법’이다.투표 결과는 찬성 78.6%, 반대 21.4%다. 헌법안 작성을 주도한 이슬람 시아파 및 쿠르드족과 반대한 이슬람 수니파의 인구비율과 거의 같다. 이들의 거주 지역에 따라 이라크는 최소한 세 갈래로 쪼개지는 과정에 있다. 지역별 자치와 석유수입 분배를 규정한 헌법안 자체가 지역 할거를 부추기고 있기도 하다. 과거 집권세력의 터전이었다가 소수파로 전락한 수니파의 저항 공격도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초 한 주일 200건 이하였던 공격은 올해 초 400건 이상으로 늘었다가 이달 들어서는 700건을 넘어섰다. 점차 내전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인류 문명의 발상지에 닥친 끔찍한 악몽이다.
선거 결과가 발표된 날 이라크내 미군 사망자 수는 2000명을 넘어섰다. 이라크전이 정당하다는 미국민의 여론도 30%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철군을 요구하는 대대적인 반전시위도 다시 불이 붙었다. 이라크인 사망자는 적어도 미군 사망자의 열 배를 넘는다. 하지만 거짓 명분으로 이라크를 침공했다가 이제는 저항세력 진압을 이유로 점령을 계속하고 있는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는 요지부동이다. 아무리 많은 희생자가 나오더라도 갈 때까지 가겠다는 태도다.
이라크 분열의 주된 책임은 분할지배를 통해 이라크를 약화시키고 석유 이권 등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미국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 미국은 지금이라도 이라크인과 국제사회의 요구를 받아들여 신속히 철군하고 ‘이라크인에 의한 통합국가 건설’을 지원해야 한다. 미국의 눈치를 보며 머뭇거리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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