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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현직 검사·판사 수사, 미룰 이유 없다 |
‘정운호 법조비리 사건’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현직의 간부급 검사에게 2010년 감사원의 서울메트로 감사를 무마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1억원을 줬다는 정씨 등의 진술이 나왔다. 설마 했던 일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18일에는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의 측근인 법조브로커 이동찬씨가 오랜 수배 끝에 체포됐다. 이해할 수 없는 판결과 결정 등이 나온 배경에 대한 본격 수사가 가능해졌다.
현직 검사의 금품 수수가 처음은 아니다. 가깝게는 김광준 전 부장검사가 수사를 무마해주는 등의 대가로 10억원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2014년 징역 7년 등의 형이 확정돼 복역중이다. 박아무개 검사의 억대 금품 수수 의혹은 검찰의 일도 아닌 감사원 감사를 무마해달라는 청탁의 대가라는 점에서 더욱 놀랍다. 박 검사가 감사원 고위간부와 고교 동문이어서 박 검사를 통해 감사를 무마하려 했다는 것이니, 지연·학연 등을 통한 비리가 그만큼 넓고 깊게 퍼져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그런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면 검찰 밖에서까지 적극적으로 부패행위에 가담한 것이니 더욱 심각한 범죄행위다. 같은 학교, 같은 고향끼리는 서로 도와야 한다는 식의 연고문화는 전관예우와 함께 우리 사회를 부패로 이끄는 주범이다. 빙산의 일각이 드러난 만큼 적극적인 수사로 분명한 경고가 되어야 한다.
현직 판사 등에 대한 수사도 더 미룰 이유가 없어졌다. 정운호씨와 이숨투자자문 송아무개 대표 사건 등 최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에선 일반 국민은 물론 법률전문가들도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판결과 결정이 잇따랐다.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사건이 2심에선 수긍하기 힘든 이유로 집행유예가 선고되거나 대폭 감형됐다. 검찰의 구형량이 항소심에서 되레 줄어들기도 했다. 담당 재판부나 검사와 최 변호사의 친분 관계가 두드러진다. 이런 일에 대부분 브로커 이씨가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 체포를 계기로 조속한 수사가 이뤄져야 할 대목이다.
검찰이 이번 사건 수사에 미온적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던 터다. 다른 굵직한 사건에 국민의 시선을 돌려 검찰 내부의 비리 척결을 회피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많았다. 확실한 수사 계기가 마련된 만큼, 더는 그런 의심을 받지 않도록 적극적인 수사 의지를 보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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