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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위선과 무능 거듭 드러낸 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 |
정부가 10조원가량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뼈대로 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추경 편성은 박근혜 정부 출범 뒤 4년 동안 벌써 3번째다. 정부 경제운용의 무능함을 또 한 번 드러낸 것이다. 그동안 추경 편성이 필요 없다고 하다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으로 금융시장에 불안감이 커진 틈을 타 ‘꼭 필요하니 국회가 빨리 처리해달라’고 강변하는 것은 뻔뻔하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1%에서 2.8%로 낮췄다. 추경 예산을 집행할 경우 0.2~0.3%포인트 상승 효과가 있으니, 추경을 뺀 계산으론 2.5~2.6%로 전망치를 크게 낮춘 셈이다.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한참 전에 전망치를 2%대 중반으로 낮췄다. 그동안 정부 홀로 낙관론을 편 것은 무능 탓인가, 국민을 속인 것인가.
정부는 이미 상반기에 예산을 대거 앞당겨 집행했다. 하반기 재정지출에 이른바 ‘절벽’이 발생하고, 부실기업 구조조정으로 고용도 악화하고 있으니 서둘러 추경을 고려하자는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는 손사래를 쳤다. 추경을 편성하면 국책은행 자본확충분을 반영할 수밖에 없고, 국회 심의 과정에서 책임을 추궁당할 테니 이를 피해 가자는 속내였을 것이다.
정부가 국민을 속여온 것이 괘씸하다고 해도, 현재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추경 편성에는 국회가 동의해야 한다고 본다. 세계잉여금과 초과 세수가 있으니 국채를 추가로 발행하지 않고도 세출을 늘릴 수 있다. 정부가 지출해야 함에도 시·도교육청에 떠넘긴 누리과정 예산부터 먼저 반영해 논란을 종식할 필요가 있다. 나머지는 실업자 대책과 빈곤가구 지원에 집중 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회는 정부 경제운용 방향이 적절한지도 깊이 따져야 한다.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의 경기 흐름은 재고순환에 따른 경기순환이라 보기 어렵다. 구조적 장기침체 조짐이 뚜렷하다. 세계 경제가 쉽게 회복될 것 같지 않아 수출을 통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고, 가계의 소득 부진과 소비심리 악화로 민간소비 증가도 지지부진하다. 외부 환경은 우리 힘으로 바꾸기 어려우니 우리 안의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 정책은 헛다리를 짚고 있다.
정부는 여전히 건설경기 부양에 매달리고, 수출기업을 도우려고 사실상 임금 삭감을 뜻하는 노동시장 구조개혁만 앵무새처럼 되뇌고 있다. 민간소비 부양책도 한시적인 감세로 반짝 효과를 낸 뒤 후유증을 남기는 대책이 대부분이다. 부실기업을 제때 구조조정하고, 이중화된 노동시장을 개혁하는 것도 물론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가계 소득이 늘어나게 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덜어주는 것이 경제를 선순환으로 되돌리는 데 가장 필요한 일이다. 대기업이 주도하는 수출성장 시대의 사고에 젖어 있어서는 국민에게 더 큰 고통을 안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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