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립중앙박물관은 그 나라의 자부심이자 위엄을 상징한다. 거기엔 민족의 염원과 이상이 있으며, 미의식과 세계관이 있고, 추구하는 가치와 삶의 양식, 영광과 상처의 기억이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과거에 머물지 않고, 현실과의 부단한 대화를 통해 새로운 미래를 펼쳐보이는 곳으로 기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그러나 우리의 국립중앙박물관은 광복되던 해 개관 한 이래 60년 동안 제 집 한 칸 마련하지 못한 채 셋방살이를 전전해야 했다. 여섯 번이나 보따리를 싸야 했으니, 국가적 위엄이나 민족적 자긍심을 기대하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그런 국립중앙박물관이 오늘 서울 용산구의 ‘내 집’에서 새로 개관한다. 나라의 경사다. 규모로도 세계에서 여섯째이자 아시아에서는 가장 크다 하고, 단순한 유물 미술품 전시장이 아니라 역사를 체험하고 느끼고 사색할 수 있는 공간을 두루 갖췄다 하니 이제야 찌그러졌던 자존심을 펼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국민의 일상 속에 자리잡은 박물관, 과거와 현재가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새로운 미래를 모색하는 공간으로 자리잡는 일이 남았다.
하지만 어엿한 국립중앙박물관 앞에서 더욱 아쉬워지는 게 있다. 국외로 반출된 문화재가 그것이다. 현재 파악된 외국의 우리 문화재는 20여개국 7만4434점이라고 한다.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것까지 합치면 10만점을 훌쩍 넘어선다. 여기엔 강탈당한 수월관음보살도, 몽유도원도, 직지심체요절 등 빛나는 문화유산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이들 문화재의 환수나 최소한 국내 전시가 이뤄져야 한다. 중국은 최근 10억4천만원을 들여 100년 전 도난당한 룽먼 석굴의 불상 머리 2구를 환수했다고 한다. 적극적인 민관 합동 노력의 결과라니 부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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