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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맞춤형 보육, 이러려고 강행했나 |
맞춤형 보육이 1일부터 강행되고 있으나 논란은 여전히 그치지 않고 있다. 정부는 “혼란 없이 시행 중”이라고 하지만 현장에선 이전과 달라진 것 없이 혼선만 빚고 있다고 한다. 특히 맞벌이 부부 자녀의 종일반 이용을 보장하겠다며 도입한 ‘맞춤형 보육’의 애초 취지조차 실종된 모양새라니 정부의 탁상행정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12시간 보육을 보장한다는 종일반 제도 도입에도 불구하고 직장맘들에게 ‘언제까지 더 맡겠다’는 통보조차 하지 않은 어린이집이 많다고 한다. 정부가 맞춤반과 종일반의 기본보육료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하면서 일선 어린이집들의 맞춤반 선호가 달라지지 않아 ‘종일반 보장’을 위한 움직임도 별로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충분한 의견 수렴과 정교한 제도설계 없이 밀어붙이다 어린이집 단체들의 반발에 부딪히자 ‘돈’을 앞세운 지원책으로 무마하려다 보니 벌어진 일이다. ‘믿고 맡길 데가 없다’는 직장맘들과 ‘운영이 어렵다’는 영세 어린이집들의 상반된 호소가 여전한 상태에서 이런 미봉책이 얼마나 지속가능할지 의문이다.
영유아 보육에 이처럼 혼선이 빚어진 것은 4년 전 0~2살 무상보육을 전면 도입하면서 맞벌이와 홑벌이에 따른 구분 등 정책을 세밀하게 다듬지 못한 탓이 크다. 영세업체 난립 속에 질 관리에 소홀하다 보니 ‘믿고 맡길 데가 없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뒤늦게 홑벌이 가구와 어린이집에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풀려다 반발에 부딪히자 맞춤형이란 명분만 남긴 미봉책으로 돌아간 셈이다. 일부에선 종일반 아이들을 모아 별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거점형 어린이집 설치 방안 등도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맞춤형 보육만으로 ‘일과 가정의 양립 환경’을 조성해 세계 최저의 출산율을 벗어나겠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가정양육 수당 인상이나 올해부터 500인 이상 기업에 의무화된 직장어린이집의 확대 방안도 필요할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 가운데 보육을 영리 목적의 민간시설에 맡기는 비중이 우리처럼 높은 나라도 없다. 자격 미달 교사를 쓰다 보니 아동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고, 아이들 수로 권리금을 계산해 어린이집을 팔아넘기는 상황까지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공보육 확대를 위한 로드맵을 앞당기는 게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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