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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7.10 16:06 수정 : 2016.07.10 16:06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교육정책을 총괄하는 교육부 고위 간부가 한 말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어떻게 민중을 개돼지로 몰 수 있는가. 솟구쳐오르는 분노를 억누르기 어렵다.

교육부 정책기획관 나향욱(47)씨가 <경향신문> 기자들과 상견례를 겸한 저녁 식사 자리에서 쏟아낸 말은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어서 귀를 의심하게 한다. 나씨는 “신분제를 공고화해야 한다”고 선포하듯이 말을 뱉었다. 정책기획관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누리과정, 대학 구조개혁 같은 교육부의 주요 정책을 기획하는 핵심 보직이다. 이 나라가 아무리 금수저와 흙수저로 나뉘어 있다고 하지만, 계층 격차와 신분 대물림을 교정해야 할 위치에 있는 자가 그런 현실을 정당화하는 차원을 넘어 더 공고하게 해야 한다는 말을 하다니 이것이 21세기 대명천지에 가능한 말인가.

나씨는 그 자리에서 속내를 다 털어놓겠다고 작심한 듯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느니 “개돼지로 보고 먹고살게만 해주면 된다”느니 하는 점입가경의 막말을 쏟아냈다. 당황한 기자들이 지금 말하는 민중이 누구냐고 물으니 나씨는 당당하게 “99%”라고 말했다. 국민의 99%가 밥이나 먹여주면 되는 개돼지라는 얘기다. 심지어 나씨는 구의역에서 죽은 젊은이를 애도하는 것조차 비아냥거렸다. 기자들의 얼굴이 굳어지는데도 나씨의 망언은 계속됐다. 뼛속까지 물이 든 확신범이 아니고서야 그렇게 뻔뻔할 수는 없다. 국민의 종복으로서 민주주의의 기초 상식도 갖추지 못한 자가 교육정책을 총괄하고 있으니, 나라의 교육이 방향을 제대로 잡을 수 있겠는가. 정부는 당사자를 즉각 파면하고 교육부 전체를 뜯어고쳐야 한다. 그것만이 모욕당한 국민에게 최소한이나마 사죄하는 길이다.

더욱 참담한 것은 나씨의 발언이 나씨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특권의식에 젖어 사는 고위층 다수의 사고방식을 대변한다는 사실이다. 스스로 1%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힘과 돈을 가진 이들 중에서 나씨처럼 생각하지 않는 사람을 만나기가 오히려 어려울 정도다. 나씨의 발언은 이 나라 특권층의 민낯을 보여준 것일 뿐이다. 나씨가 말한 99% 민중은 이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다. 국민을 개돼지로 보는 썩어빠진 특권의식에 오염된 자들을 뿌리부터 제거하지 않고는 이 나라가 민주국가로 바로 설 수 없음을 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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