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7.21 18:03
수정 : 2016.07.21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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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창업주 김정주 NXC 대표가 13일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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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게임업계 1위인 넥슨의 ‘성공 신화’가 허물어지고 있다. 창업주인 김정주 엔엑스씨(NXC, 넥슨 지주회사) 대표가 진경준 검사장에게 4억여원과 제네시스 승용차를 준 사실이 드러난 데 이어, 넥슨코리아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처가의 땅을 매입하면서 특혜를 제공한 의혹을 받고 있다. 김 대표가 기술 개발과 경영 혁신이라는 벤처 정신이 아니라 권력과의 유착을 통해 기업을 키워온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들 만하다.
특히 넥슨은 ‘진경준 게이트’ 때처럼 우 수석 처가와의 땅 거래와 관련해서도 거짓말을 일삼고 있다. 애초 넥슨코리아는 “땅 소유주나 소유주의 가족이 무슨 일을 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우 수석이 땅 계약 현장에 있었던 사실이 드러나자 “다시 확인해보니 우 수석이 장모와 함께 온 것은 맞다. 다만 그가 우 수석인지는 몰랐다”고 말을 바꿨다. 이 해명도 거짓일 가능성이 크다. 계약 때 넥슨코리아 대리인으로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변호사들이 동석했는데 당시 대검 수사기획관인 우 수석의 존재를 몰랐다는 건 상식적으로 믿기 어렵다.
김정주 대표는 현재 진 검사장에 대한 뇌물 제공 혐의 외에도 배임·횡령·조세포탈 혐의로 고발을 당한 상태다. 이달 초 투기자본감시센터는 김 대표가 넥슨코리아를 넥슨재팬에 매각하면서 회사에 1조520억원의 손해를 입히는 등 2조8301억원의 배임·횡령·조세포탈을 저질렀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넥슨이 이렇게 추락하게 된 데는 김정주 대표의 전횡과 후진적 지배구조 탓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예로 넥슨 관계자는 반복된 거짓 해명과 관련해 “우리는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해명자료를 썼을 뿐”이라고 말한다. 주요 사안들을 김 대표가 독단적으로 처리하면서 상황이 수습 불가능한 지경에 이른 데 대한 불만이다. 가족 경영도 넥슨의 문제점으로 꼽힌다. 김 대표의 부인인 유정현씨는 현재 엔엑스씨의 감사를 맡고 있다. 그는 김 대표가 진 검사장에게 주식 매입 자금을 제공했을 때 주식·주주 관리 업무를 총괄했다. 또 김 대표의 처제는 계열사 대표를 맡고 있다.
권력과 기업의 검은 유착이 가져오는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더는 이 땅에 정경유착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김 대표에 대해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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