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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프로야구 존립 위협하는 ‘승부조작’ |
프로야구 승부조작 사건이 또 벌어졌다. 며칠 전 넥센 출신 문우람 선수와 엔씨 이태양 선수가 승부조작을 한 것으로 드러나더니, 이번에는 기아 유창식 선수가 승부조작에 가담했다고 자진신고했다. 이들 말고 수사 대상에 오른 선수가 더 있다는 소문도 파다하다. 국민의 큰 사랑을 받는 프로야구가 이렇게까지 ‘검은돈’에 오염됐다니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프로야구에선 최근에도 해외 원정 도박, 금지약물 복용, 음란행위 파문 등이 있었지만, 승부조작은 차원이 전혀 다른 문제다. 공정성과 투명성은 스포츠의 핵심이다. 오로지 실력으로 경쟁해 승부를 정한다는 대전제가 흔들리면 스포츠의 존립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그런 점에서 승부조작은 최악의 스포츠 범죄다.
그동안 대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프로야구에선 2012년에도 엘지의 박현준과 김성현이 연루된 승부조작 사건이 있었다. 두 선수는 야구계에서 영구추방됐다. 당시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상시 모니터링 체제 구축과 신고자 포상 및 자수자 처벌 감면 등의 대책을 내놓으면서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이번 사건으로 그런 대책은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승부조작을 스포츠 4대 악 중 하나로 규정하며 근절을 공언했지만 역시 허세였다. 그런데도 4년 전과 비슷한 대책만 만지작거리고 있다.
승부조작을 뿌리 뽑으려면 적당한 미봉에 그쳐선 안 된다. 승부조작은 아예 꿈도 못 꾸게 할 정도로 벌칙을 강화해야 한다. 해당 선수의 영구퇴출은 물론 구단의 관리 책임도 엄하게 물어야 한다. 연봉이 적은 유망주들이 이번처럼 유혹에 쉽게 빠지지 않도록 예방교육을 강화하고 위험한 접근을 차단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다른 무엇보다 존립기반을 스스로 허물지 않겠다는 선수들의 각성과 다짐이 필요하다. 팬들이 외면하면 그때는 이미 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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