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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대 캠퍼스에 대규모 경찰, 학교 쪽 책임 크다 |
지난 30일 서울 이화여대 캠퍼스에 1천여명의 경찰이 진입해 농성하던 학생들을 강제로 끌어내는 사태가 벌어졌다. 직장인 대상 평생교육기관인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을 둘러싼 대학과 학생들 사이의 갈등이 물리적 충돌로 비화한 것이다.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에서 대화와 토론으로 문제를 풀지 못하고 경찰을 불러들인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애초 평생교육 과정을 정규 단과대학으로 추진하면서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한 대학 쪽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 이대가 내년부터 신설하려는 미래라이프대학은 미디어콘텐츠를 기획·제작하는 뉴미디어산업 전공과 건강·영양·패션 등의 웰니스산업 전공으로 150명이 정원이다. 이대 쪽은 애초 기존 정원을 60명 줄여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추진을 포기했으나 교육부가 6월 2차로 신청을 받으면서 이 조건을 없애자 사업을 신청했다고 한다. 교수협의회가 1일 성명에서 “언론보도 이틀 전 교무처에서 처음 한통의 이메일을 보낸 것” 이외에 소통이 없었음을 비판했듯이 단과대를 신설하면서 구성원들의 의견도 수렴하지 않은 것은 졸속 추진이라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교육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평생교육’을 공약한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3월 업무보고 자리에서 “모든 국민이 쉽게 평생교육체제에 접근할 수 있도록 대학 등에서 평생 공부할 수 있게 하라”고 주문한 뒤 교육부는 ‘평생교육 단과대학’ 개편을 집중 추진해왔다. 그러다 보니 입학전형의 기본인 ‘3년 예고제’도 무시하고 내년부터 신입생 뽑는 일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해당 대학을 정할 때 ‘구성원의 합의’ 여부를 반영하게 돼 있는데 어떻게 이대가 선정됐는지도 의문이다.
평생교육뿐 아니라 프라임(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사업 등 교육부가 최근 추진해온 대학정책이 지나치게 ‘산업’에 초점을 맞추는 등 대학을 돈으로 길들이려 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이대 사태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대학에 1천명이 넘는 경찰이 진입한 게 17년 만이라고 한다. 학생들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한 대학 쪽의 책임이 크다. 뒤늦게나마 학교쪽이 일정 중단과 의견수렴 뜻을 밝혀 다행이다. 총장을 비롯한 대학 책임자들은 학교 구성원들과 충분히 대화해 해법을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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