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6.08.05 17:41 수정 : 2016.08.05 17:41

사드 배치 장소 문제에 대한 청와대의 오락가락이 점입가경이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5일 “선정된 것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지만 요청대로 다른 지역도 정밀하게 조사해 상세히 알려드리겠다는 말씀”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전날 새누리당 대구·경북 지역 국회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사드 배치 지역을 성산포대가 아닌 성주 내 다른 곳으로 옮길 수도 있다는 발언을 한 뒤 큰 소용돌이가 빚어지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

청와대가 뒤늦게 대통령 발언을 주워담으려 하다 보니 앞뒤가 제대로 맞지도 않는다. ‘다른 지역을 정밀하게 조사해달라는 요청’을 누가 했느냐는 것부터 그렇다. 정 대변인은 처음에는 “성주 주민들이 요청한 바 있고”라고 했다가 “간담회에서 요청이 있었다”고 말을 바꾸었다. 그러나 간담회에서도 그런 요청은 없었다는 게 참석자들의 증언이다. 상황이 이쯤 되면 박 대통령의 발언이 국정운영 최고책임자답게 심사숙고 끝에 한 말인지, 아니면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한 립서비스 차원인지조차 불분명하다.

국방부의 갈지자 행보는 더욱 가관이다. 국방부는 이날 “성산포대가 사드 배치의 최적 장소”라고 밝혔다. 전날 박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진 뒤 “요청이 들어오면 검토하겠다”고 한 발언을 역시 뒤집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갈대처럼 오락가락하는 국방부를 과연 국방 전문가 집단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청와대와 국방부의 이런 갈팡질팡은 사드 배치 ‘졸속 추진’의 한 단면일 뿐이다. 가장 기초적인 배치 장소 문제에도 정연한 논리를 대지 못하는 형편에서 외교와 경제 등 다른 부분의 대비책이 얼마나 졸속·부실인지는 불 보듯 뻔하다. 실제로 최근 북한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북한 규탄 성명이 중국·러시아의 반대로 채택되지 못하는 등 대북 압박 외교에 빨간불이 켜졌으나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박 대통령을 실명 비판하고, 중국인들의 한국 관광과 중국 내 한류 콘텐츠 행사가 잇따라 취소되는 등 우려했던 중국의 보복조처가 현실로 다가오는데도 정부는 “중국이 보복할 것이라고 호들갑을 떨 필요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런 무능한 정부에 사드 배치라는 중차대한 문제를 계속 맡겨놓아도 좋은가. 지금 우리는 이런 근본적인 질문에 직면해 있다. 중국의 강한 반발, 우리 내부의 갈등 폭발 등 사드 배치의 후폭풍을 감당할 능력도 없이 일을 저질러 놓고 허둥대는 정부를 더는 믿을 수 없다. 이제는 국민을 대신해 국회가 나서는 길밖에 없다. 국회는 더 늦기 전에 사드 배치 결정이 적절하고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를 엄정하게 따져 사태를 매듭지어야 한다. 정부도 사드 문제에 대한 최종 결론을 국회에 맡기는 것이 지금의 총체적 난국에서 벗어나는 ‘출구전략’이 될 수 있음을 깨닫기 바란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