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0.30 21:27
수정 : 2005.10.30 21:27
사설
농민들의 시위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가 쌀 협상 비준 동의안을 의결한 게 기폭제가 되긴 했으나, 밑바닥에는 농정에 대한 깊은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
우루과이 협상으로 진통을 겪은 지 10년이 지났지만 쌀산업은 별반 달라지지 않은 채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쌀 의무수입량을 늘리는 대신 관세화를 10년 더 유예받기로 한 이번 협상 결과가 나오기까지 정부도 나름대로 애썼겠지만, 농민 쪽에서는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불만이 적지 않았다. 미래 쌀산업 모습에 대한 정부의 전망도 뚜렷하지 않다. 특히 최근의 쌀값 폭락은 불신을 더욱 키우며 농심을 흔들어 놓았다. 폭락하는 쌀값과 쌓인 쌀 더미를 보는 농민의 애타는 심정은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비준안 처리의 불가피성을 이해한다 해도 상황이 악화된 데는 정부가 시장 원리를 서둘러 적용한 탓이 크다. 정부는 올해부터 추곡수매제를 없애고 시가로 매입하는 공공비축제를 도입했는데, 그 결과 시중의 쌀값 기준선이 무너졌다. 정부는 쌀값 하락 폭이 5~6%에 그칠 것으로 봤지만 예측은 턱없이 빗나갔다.
시가 매입을 서두른 게 결과적으로 안이했음이 드러난 이상 쌀값 안정책을 시급히 모색하는 게 순서다. 수매제를 부활하기 어렵다면 공공비축 물량이라도 한시적으로 시가가 아닌 목표가격에 사들이는 방식으로 바꿔 쌀값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그러면서 설득력 있는 쌀산업 비전을 내놓아야 한다. 농민 역시 엄혹한 통상 여건을 마냥 외면해서는 해결책이 나올 수 없다. 정책 당국자들에게는 제약 조건 아래서도 최대한 농민의 처지를 살피는 자세가, 농민에게는 현실 속에서 최선의 방안을 찾는 냉철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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