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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9.04 16:44 수정 : 2016.09.04 16:44

지난 4월 전격 입국한 중국 저장성 북한식당 종업원 13명이 국정원 직원이 준 돈으로 비행기에 탑승했다는 유력한 증언이 나왔다. 탈북 과정을 잘 아는 소식통은 ‘국정원 직원이 6만위안(1000여만원)을 주어 말레이시아로 갈 때 비행기표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이 국정원 요원은 ‘제3국을 통해 가라’며 탈출 방법도 알려줬다고 한다.

그동안 정부는 종업원 집단 탈북이 자발적인 것이라고 주장해왔으나, 이 증언으로 국정원이 개입한 기획탈북임이 더 분명해지고 있다. 국정원 직원에게서 받은 돈 액수까지 구체적으로 나온 이상 정부가 사실관계를 밝히지 않고 넘어갈 수 없게 됐다. 더구나 이 소식통은 종업원 13명이 말레이시아 공항으로 가는 과정에서 현지 경찰 30여명의 호위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또 13명의 한국 여권이 미리 마련돼 있었으며 출국심사도 없이 비행기에 탄 것으로 안다고 했다. 국가기관이 개입해 경로를 사전에 치밀하게 짜놓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기획탈북 의혹이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2000년 이후 정부는 탈북자들의 신분과 탈북 경로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왔다. 그런데 ‘종업원 탈북’ 때는 그런 원칙을 팽개치고 입국 하루 만에 대대적으로 사실을 공개했다. 이 때문에 4·13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가 북풍몰이에 나섰다는 반발이 거셌다. 당시 종업원들을 이끌고 온 북한식당 지배인이 “입국 사실을 공개할 줄 몰랐다”고 <한겨레>에 털어놓은 것은 정부가 탈북자들의 의견을 전혀 존중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탈북자들의 인권이나 가족들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고 ‘집단 탈북’을 총선에 써먹을 생각만 한 것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정원이 종업원들의 접견을 요구한 민변을 ‘종북세력’, ‘나쁜 사람들’로 몰았음도 지배인의 증언으로 드러났다. 종업원 접견을 막으려고 국정원이 이들을 철저하게 차단한 뒤 일종의 세뇌작업을 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점들을 종합하면, 종업원들의 ‘탈북’에서부터 입국 이후 현재까지 진행된 전체 상황이 인권 무시와 정치공작으로 점철됐음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정부는 이제라도 진상을 정확히 밝히고 종업원들의 자유로운 접견을 허락해야 한다. 만약 이를 계속 거부한다면 정부가 스스로 기획탈북이라고 자인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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