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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주택 경기 부양’ 의지 버려야 가계부채 대책 통한다 |
올해 들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더 가팔라지자 정부가 지난달 25일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대출 규제 방안도 포함됐지만, 정부는 엘에이치공사의 공공택지 공급물량을 큰 폭으로 줄이겠다고 밝히는 등 ‘공급 조절’을 강조했다. 이는 주택 경기를 안정적으로 끌고 가겠다는 정부 의지에 변함이 없다는 뜻으로 시장에서 받아들여졌다. 대책 발표 뒤 아파트 청약 열기는 오히려 더 뜨거워졌다. 결국 11일 만인 5일 정부가 추가 대책을 내놓았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기자간담회 자리를 빌려 밝힌 이번 추가 대책은 8·25 대책의 시행 시기를 앞당긴다는 게 뼈대다. 11월에 세칙을 고쳐 시행하기로 했던 집단대출 소득확인은 지도를 통해 선시행하기로 했다. 보증건수 한도 통합 등 보증제도 개편은 10월 중에서 10월1일로, 제2금융권의 비주택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 강화도 11월에서 10월 중으로 앞당기기로 했다. 신용대출에 대한 총체적 상환능력 심사시스템(DSR) 도입은 내년 1월에서 연내로 시행 시기를 조정했다. 은행권을 대상으로만 적용하고 있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10월부터 제2금융권에 확대 적용하기로 한 것은 새롭다.
여러 조처를 앞당겨 시행한다면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하는 효과가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책 효과의 크기는 정부의 정책 목표와 의지를 시장이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임 위원장은 8·25 대책이 주택가격 부양 목적으로 마련한 것이 아니라면서도, “주택시장이 경착륙하면 가계부채의 건전성도 악화한다”고 말했다. 지난번 대책 발표 때보다는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염려에 더 무게를 뒀지만, 여전히 주택시장 안정을 강조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분양권 전매 제한 등 조처를 이번에도 뺀 것이 그런 뜻으로 해석될 것이다.
주택시장 경착륙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정부가 진정으로 주택시장 경착륙을 막고 싶다면, 큰 후유증이 두려워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기 전에 미리 브레이크를 걸어줘야 한다. 변동금리 중심의 가계부채는 이미 우리 경제의 안정을 위협할 정도로 팽창한 상태다. 현재의 아파트 분양 붐으로 보면 앞으로도 팽창이 계속될 게 뻔하다. 주택 경기 부양으로 성장률을 떠받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정책 변화의 신호를 시장에 보내야 한다. 그래야 가계부채 대책이 먹혀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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