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10.12 18:15
수정 : 2016.10.12 20:19
‘미르·케이스포츠 재단 의혹’과 관련해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이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나왔다. 솔직히 별로 기대하지 않았지만, 그가 이날 보여준 태도는 한마디로 상식 이하, 수준 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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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이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미르·케이스포츠 재단 의혹’과 관련한 의원들의 질의에 “검찰 수사 중이이서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한 뒤 입을 다물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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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들이 ‘재단 설립을 청와대가 주도했냐, 전경련이 주도했냐’ ‘누가 전경련을 통해 대기업 발목을 비틀었느냐’는 등의 질문을 쏟아냈으나, 이 부회장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답변하기 어렵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시종일관 되풀이했다. 처음부터 검찰 수사를 핑계로 궁지에서 벗어나 보겠다는 꾀를 내고 국감에 나온 것 같다.
심지어 이 부회장은 자신이 했던 발언조차 확인해주기를 거부했다. 그는 지난달 22일 미르·케이스포츠 재단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오른 직후 “지난해 10월쯤 기업들의 의견을 모아 내가 낸 아이디어로 설립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런데도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본인이 아이디어를 냈다고 말했는데 어디서 아이디어를 구했느냐”고 묻자, 또 ‘검찰 수사’를 들먹이면서 답변을 회피했다. 국회를 우습게 여기지 않고는 이렇게까지 ‘배 째라’는 식으로 행동할 수는 없다. 오죽했으면 새누리당의 정병국 의원이 나서서 “이 부회장은 문제가 있다. 위원장이 경고를 해야 한다”고 제동을 걸었겠는가.
반면 이 부회장은 청와대와 최순실씨는 철저히 보호하려고 애를 썼다. ‘안종범 수석의 개입 의혹’에 대해 “행사에서 가끔 볼 뿐 별도로 만난 적은 없고, 전화도 안 했다”고 부인했고, ‘최순실씨를 아느냐’는 질문에는 “모른다”고 잡아뗐다.
만약 이 부회장이 진실을 계속 감출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그가 거짓말을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정황증거들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지난해 11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회의에서 정부가 전경련을 동원해 대기업들의 발목을 비틀어 돈을 모으고 있는 것을 비판한 발언이 회의록을 통해 확인됐다. 또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10일 ‘미르·케이스포츠 재단 설립을 사전에 보고받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니 그런 것 없다. 나중에…”라며 손사래를 쳤다. 전경련 차원의 공식 논의 없이 이 부회장이 정부의 지시를 받아 거간꾼 노릇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이 부회장은 자신이 몸담아온 전경련을 위해서라도 진실을 밝히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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