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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북-미 ‘탐색적 대화’를 주목한다 |
북한 당국자와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이 21~2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핵 문제 등을 놓고 대화를 해 주목된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 당국 차원의 북-미 접촉이 시작되기는 어렵지만, 내년 초 미국 정부 교체 이후 대화 분위기 조성에는 도움이 될 듯하다.
이번 만남은 ‘탐색적 대화’의 성격을 갖는다. 미국 쪽이 “일부 진전이 있었다”고 한 것을 보면, 북쪽이 비핵화 협상을 거부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물론 양쪽 입장 차이는 크다. 미국 쪽 참가자인 리언 시걸 사회과학원 동북아안보협력 프로젝트 국장은 ‘북한은 평화조약을, 미국은 핵무기 중단을 우선하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했다. 그는 또 ‘정부 사이 대화까지 가는 방법이 있을 것 같지만 두고 봐야 안다’고 했다.
북쪽은 한성렬 외무성 부상과 장일훈 유엔주재 차석대사 등 당국 사이 대화가 이뤄질 경우 담당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을 내보냈다. 나름대로 의지를 보인 셈이다. 북쪽이 “현안을 다 얘기했다”고 한 것도 대화를 이어가고 싶은 뜻을 보여준다. 북쪽이 진정으로 대화를 원한다면 비핵화 의지를 좀 더 분명히 하기 바란다.
정부가 이번 대화를 두고 ‘미국 정부와는 상관없는 것’이라며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는 것은 부적절하다. 정부는 대북 제재·압박에 틈새가 생기는 것을 우려하지만 제재·압박만으로는 핵 문제를 풀 수 없다. 모든 대화를 거부하다가는 실제로 협상이 시작될 경우 우리만 소외될 수도 있다.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한 지 45일이 지난 지금까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이 채택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는 제재 수위와 핵 해법을 둘러싼 이견이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제재·압박 강화 일변도에서 벗어나 북한을 대화로 끌어들일 방안을 찾아야 한다. 우리에게 가장 나쁜 결과는 효과적인 제재 결의안을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대화에서도 뒷전으로 밀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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