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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자성 계기로 삼아야 할 문화예술계 ‘성추행 파문’ |
문단을 포함한 문화예술계에 성추행 파문이 번지고 있다. 유명 시인·작가·미술가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어 사건에 관해 듣는 것만으로도 당혹스럽고 부끄러움을 느끼게 된다. 한 트위터는 박진성 시인이 20살 어린 시인 지망생에게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발언을 했다고 폭로했고, 이어 박범신 작가가 술자리 성희롱 행위로 망신을 당했다. 또 함영준 일민미술관 큐레이터도 성추행 폭로에 휩싸였다. 이번에 불거진 성폭력·성희롱 사건들은 대부분 작가·예술가 지망생 등 상대적 약자에게 행해진 것이어서 일종의 ‘갑질’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당사자들이 즉각 사과문을 올리고 잘못을 시인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몇몇 개인을 지목해 망신 주는 것으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 문단을 포함한 예술계에서는 그동안 성폭력·성희롱 사건이 끊이지 않았으나 다들 방관하거나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고 넘기는 것이 관행이 되다시피 했다. 흔히 문학과 예술은 자유로운 정신 속에서 꽃핀다고 한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자유가 방종과 혼동돼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방종이 단순 일탈을 넘어 약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권력행위가 된다면, 그것은 예술 정신과는 무관한 사회 규범의 저촉일 뿐이다. 이번 성추행 사건은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보는, 우리 사회의 저급한 문화의 소산이다. 문화예술계는 이번 사건을 깊은 자성의 계기로 삼아 낡은 과거와 단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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