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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11.04 17:08 수정 : 2016.11.04 17:08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두번째 사과를 했다. 진솔함이라곤 손톱만큼도 없던 1분40초짜리 첫번째 담화에 비하면, 이번엔 그래도 여러 차례 고개를 숙인 모습이 눈에 띈다. 그러나 그 정도로 국민의 분노와 허탈감을 달랠 수는 없다. 사태의 본질을 최순실씨의 ‘개인 일탈’로 호도했고, 권력에서 손을 떼라는 요구엔 답을 하지 않았다. 모든 책임을 자신이 걸머지겠다는 결연함은 찾기 힘들다. 이런 정도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대통령 인식은 여전히 안이하기 짝이 없다.

박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고 특검 수사까지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한참 전에 나왔어야 할 발언이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의 본질이 ‘개인 비리’라는 인식에선 하등 변한 게 없다. “(미르 및 케이스포츠 재단은) 국가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한 일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위법행위를 저질렀다”는 게 대통령 생각이다. 대통령은 선의로 일을 했는데 최순실씨가 몰래 비리를 저질렀다는 뜻이다. 책임을 최순실씨에게 떠넘기는 대통령을 보면서 국민 마음은 또다시 무너진다. 이런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을 국민은, 이젠 아무도 없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최순실씨의 전방위적 국정 개입과 농단이다. 최순실씨가 왜 재단 설립과 운영을 주도한 건지, 최씨가 청와대를 무시로 드나들며 숱한 정책 결정·인사에 개입했다는데 그 배경과 진상은 뭔지가 핵심이다. 대통령은 이 부분에 대해선 단 한마디도 국민에게 설명하지 않았다. “검찰 수사가 진행중인 상황이라 구체적인 내용을 말씀드릴 수 없다”고만 했다. 최순실씨 개인 비리로 사건 성격을 규정해놓고 앞으로 이뤄질 검찰 조사를 핑계로 핵심 의혹을 피해 가는 대통령을 지켜보는 국민은 답답하다. 국민을 납득시키기보다 밀실에서 이뤄질 검찰 조사를 앞세우는 대통령은 과연 누구의 대통령인지 묻고 싶다. 대통령이 솔직함이 없이 변명과 꼼수로 위기를 벗어나려 한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박 대통령 지지율은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5%까지 떨어졌다. 1997년 국가부도(아이엠에프) 사태 직후의 김영삼 대통령 지지율(6%)보다도 낮다. 국민들이 현 상황을 구제금융 시기보다 훨씬 위험하게 본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권력을 놓지 않고 국정을 주도하려 애쓰고 있다.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거취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게 그 방증이다. 오히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담화는 (김병준) 총리가 국정을 주도하며 힘을 받고 일하시라는 얘기”라고까지 말했다. 여야 대표와의 회동 가능성을 열어놓긴 했지만, 대통령이 그런 식으로 자꾸 시간을 끌며 자기 구상을 관철하려는 것은 더 큰 위기를 초래할 뿐이다. 진정 위기를 수습할 생각이 있다면 일방적으로 발표한 김병준 총리 후보자 지명부터 거둬들였어야 했다.

국민 인내엔 한계가 있다. 자꾸 시기를 놓치고 내용도 빈약한 수습책으로 위기를 벗어나려 해선 안 된다. 역대 최악의 지지율이 무얼 뜻하는지 박 대통령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빨리 국정에서 손을 떼고 최순실씨와의 모든 관계를 솔직하게 국민에게 고백하지 않으면 박 대통령의 정치적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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