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1.03 19:46
수정 : 2005.11.03 19:46
사설
주민투표를 통해 경주가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방폐장) 터로 정해졌다. 1986년 정부가 방폐장 건립을 추진한 이래 안면도·굴업도·부안 등지로 20년 가까이 표류한 끝에, 주민투표로 터 선정을 마무리한 것은 나름대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국책사업을 정부의 일방적 결정이 아니라 주민의 직접 참여로 결정함으로써 주민자치의 새로운 장을 연 것이다. 사회적 갈등 해결의 바람직한 선례를 만들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아쉬운 점 또한 없지 않다. 무엇보다 투표 과정에 지자체의 불법 개입 논란이 일었다. 이번 투표가 새로 제정된 주민투표법에 따른 첫 사례였다는 점에서도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긴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다른 하나는 터 선정의 성공을 위해 과도한 보상이 동원됐다는 점이다. 중저준위 폐기물 처분장에 3천억원의 지원금,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이전, 양성자 가속기 사업 등을 내걸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고준위 폐기물 처분장 건설에는 대체 어떤 보상을 내놔야 한단 말인가?
방폐장 건설을 둘러싸고 지역주민과 시민·환경단체들이 격렬한 반대운동을 벌인 데는 단순한 방폐장 문제뿐 아니라, 정부의 일방적인 원전 확대 정책에 대한 문제 제기라는 배경이 깔려 있다. 중저준위 폐기장 터가 확정되자마자 정부가 고준위 폐기장 문제를 공론화할 채비를 하고 있거니와, 이것은 기술적 문제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에너지 및 핵 정책 전반과 직결된 더 복잡하고 어려운 사안이다. 진정 민주적이고 투명한 방법으로 논의를 시작할 것을 정부에 당부한다.
이제 본격화할 경주의 방폐장 건설 과정이 모범적으로 투명하게 진행되기를 바란다. 지원금 또한 지역사회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 지혜롭게 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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