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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야권, 공통의 ‘퇴진 로드맵’ 만드는 게 중요하다 |
촛불집회를 계기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이 불가피하다’는 데엔 국민적 공감대가 이뤄졌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박 대통령을 자리에서 끌어내고 새로운 정부를 출범시킬지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이 분출한다. 헌정사상 초유의 상황인 만큼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작은 차이로 전열을 흩뜨려도 될 만큼 한가하지 않다. 박 대통령은 수사 지시를 하고 인사권을 행사하는 등 국민에 맞서 끝까지 버티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박 대통령을 조기에 물러나게 하고 국정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정치권과 시민사회 모두 한목소리를 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들이 20일 한자리에 모여 공동 행동을 모색하기로 한 건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5일 ‘박 대통령의 조건 없는 퇴진 선언과 비상시국회의 구성’을 주장했다. 다음날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대통령 퇴진 선언과 여야 합의로 권한대행 총리 선출’을 요구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질서 있는 퇴진’을 강조했고, 이재명 성남시장은 “퇴진 요구와 함께 탄핵 절차를 밟자”고 말했다. 그러나 ‘조건 없는 퇴진’이든 ‘질서 있는 퇴진’이든 또는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든, 그 전제는 명시적인 ‘하야 선언’이다. 박 대통령은 그럴 뜻이 추호도 없다. 아니 오히려 대통령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시민과 정치권 분열을 꾀하며 반격을 노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말 중요한 건 경쟁적인 해결책 제시가 아니다. 단일한 로드맵을 내서 한목소리로 박 대통령을 압박하는 일이다. 안철수 전 대표의 제안으로 20일 야권 대선 주자들이 오찬 회동을 열기로 한 건 그런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자리에선 단일한 ‘박근혜 대통령 퇴진 로드맵’을 도출해서 국민 앞에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런 게 바로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이다.
박 대통령 퇴진 투쟁은 매우 길고 험난한 과정이 될 게 분명하다. 차이점을 드러내기보다 공통점을 확인하면서 박 대통령을 포위하는 전선을 넓혀가야 한다. 야당 공조를 강화한 뒤엔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과도 대통령 퇴진과 그 이후의 정치일정을 논의하고 힘을 모으는 게 바람직하다. 이렇게 뜻을 모아도 박 대통령이 뒤로 물러설지 매우 불투명한 현실의 엄중함을 정치권은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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