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 인권상황에 대한 결의안’이 유엔 총회에 제출돼 곧 표결이 이뤄질 예정이다. 그동안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몇 차례 북한 인권결의안을 채택한 적이 있으나 총회 결의안은 처음이다. 지난해부터는 북한 인권을 조사·감시하는 유엔 특별보고관도 활동하고 있다. 인권 문제는 이미 북한이 피해갈 수 없는 사안이 됐다.북한이 국제사회의 인권 문제 제기를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데는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없지 않다. 인권을 빌미삼아 미국의 이라크 침공 경우처럼 정권 교체를 꾀하려 한다는 우려가 대표적이다. 외부에 알려진 극단적인 북한내 인권 침해 사례 가운데는 과장되거나 진위를 가리기 어려운 것도 있다. 북한은 또한 체제 동요 위험을 무릅쓰고 조심스럽게 개방·개혁의 길로 나아가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보편적인 가치인 인권 문제를 뒷전에 제쳐둘 이유는 되지 못한다. 특히 북한은 유엔 회원국이자 인권과 관련된 네 가지 국제규약 가입국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보기에 의도가 의심스러운 미국의 압력은 둘째 치더라도 적어도 유엔 차원의 요구에는 성의 있게 답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인권 개선을 위해 진지하게 노력하고 있음을 지구촌에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 국제사회가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관련 시설 접근을 허용하는 등 최대한 협력하는 것이 그 시금석이 될 것이다.
우리 정부의 고민은 “남북 불가침조약이 체결될 때까지 북한 인권을 각론으로 다루지 않아야 한다”라는 박경서 인권대사의 말에 잘 나타난다. 한반도 평화정착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그간 여러 북한 인권결의안에 대해 기권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그렇다고 해서 인권 개선의 중요성을 북한에 인식시키려는 노력까지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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