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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방지법 논의는 이제 그만 |
국회 정보위가 다음달에 테러방지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기로 했다고 한다. 국정원도 최근 한나라당 의원들이 제출한 법안을 근거로 수정안을 만들어 의원들에게 배포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국정원의 파렴치한 도청 행위의 실상이 하나둘씩 밝혀지면서 국정원의 근본적 개혁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마당에 국정원의 권력을 크게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한다니 뭐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됐다.
테러방지법이 안고 있는 인권침해 요소나 국정원 권한 비대화의 문제점은 되풀이해 지적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테러방지법이 이미 몇 차례나 무산된 것도 이런 문제점들에 대한 우려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국정원은 대통령 훈령을 고쳐 올해 4월부터 이미 테러정보종합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국정원의 정보조정권이나 업무조정권은 이미 충분히 확대된 상태다. 그런데도 국정원이 테러방지법 제정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도청 사건으로 인한 조직의 위기를 공세적으로 타개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국정원으로서는 테러방지법만 만들어지면 조직의 위상이 오히려 도청 사건 전보다 훨씬 올라가게 되니 한사코 매달리는데, 여기에 국회가 맞장구를 치고 있으니 딱한 노릇이다.
우리나라가 테러의 주요 대상국으로 떠오른 이유는 두말할 나위 없이 이라크 파병 때문이다. 따라서 테러 공포에서 벗어나는 근본적 해법은 정부가 명분 없는 전쟁에서 손을 떼고 이라크에 파견된 자이툰 부대를 하루빨리 철수시키는 것이다. 그런데도 최근 국회 국방위가 자이툰 부대 철수 촉구 결의안을 성원 미달로 표결조차 하지 못하고 끝내버린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지금 국회는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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