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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개혁보수’란 말이 무색한 신당의 행태 |
개혁보수신당이 5일 창당 발기인 대회에 맞춰 당의 정강·정책 가안을 발표했다. 재벌 개혁, 복지 확대, 지방분권 구현 등 새누리당에 비해 전체적으로 개혁적 색채가 강화됐다고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검찰 개혁이나 언론 개혁 등 우리 사회의 핵심 과제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다.
개혁보수신당은 정강·정책과는 별개로 각종 정책에서 계속 혼선을 빚고 있다. 선거연령을 만 18살로 하향 조정하기로 합의했다가 하루 만에 백지화한 것은 대표적인 예다. 선거연령을 낮춰 젊은이들의 진취적인 목소리를 정치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인데도 신당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개혁보수신당이 국회에 계류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 역시 ‘개혁’이라는 단어를 무색하게 한다. 주호영 신당 원내대표는 3일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을 만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전향적인 입장을 밝혔으나, 소속 의원들의 반대가 많다며 태도를 바꿨다. 사실상 새누리당의 입장과 똑같아진 것이다.
신당 핵심 인사들의 잇따른 색깔론 발언 등은 더욱 심각하다. 유승민 의원은 2일 한 방송에 출연해 2007년 노무현 정부의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과정에 대한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의 회고록을 다시 거론하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안보관이 불안하다고 공격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중국을 방문해 왕이 외교부장을 면담한 것에 대해서도 유 의원 등은 일제히 “매국적 행위”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기억의 정확성 논란이 빚어진 회고록을 근거로 색깔론을 펼치는 것이나, 외교 채널의 다변화 등 의원외교의 이점은 외면한 채 무조건 융단폭격을 가하는 것은 새로운 보수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유승민 의원이 새누리당의 인적 쇄신 등이 이뤄진다면 다시 합칠 수 있다고 말한 대목은 더욱 실망스럽다. 지향점과 철학이 새누리당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음을 스스로 실토한 셈이기 때문이다. 개혁보수신당은 요즘 당명을 놓고 고민하고 있는데 ‘도로 새누리당’으로 돌아갈 요량이라면 ‘개혁’이라는 단어는 빼는 게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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