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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구미 폭력’ 방치하고 ‘평화 대선’ 할 수 있겠나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 8일 경북 구미에서 박근혜 대통령 지지단체 회원 등으로부터 봉변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동안 1천만 촛불 집회와 맞불 집회가 석 달 가까이 있었지만 물리적 충돌을 자제하면서 평화적으로 의사 표현이 진행돼왔다. 이번 사태는 극히 일부가 저지른 일이긴 하지만 이런 분위기를 깨뜨리고 폭력을 행사한데다 사전준비를 통해 치밀하게 움직인 정황까지 드러났다는 점에서 절대로 그냥 넘길 수 없다. 조직적인 폭력행사일 뿐 아니라 ‘문재인 평양 가라’는 팻말까지 등장하는 등 정치적 동기도 엿보여 철저한 진상규명과 엄정한 법적 조처가 필요하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오후 구미시의회 건물에서 기자간담회를 한 뒤 청사를 나섰으나 현관에서부터 태극기를 들거나 머리에 두른 사람들이 ‘빨갱이’ 운운하며 욕설과 함께 달려들었다. 경찰이 길을 열어 간신히 차에 탄 뒤에도 차 앞에 드러눕거나 수행한 참모 등에게 흙과 쓰레기를 집어 던지는 등 행패를 부려 25분 동안이나 갇혀 있었다. 집회를 주도한 사람들은 이 지역 박사모 지부장 출신 인사가 이끄는 단체 회원들로 알려졌다. 이들이 오후 1시부터 시청 입구에서 탄핵 무효를 주장하며 집회를 열었는데도 청사 현관까지 몰려들도록 방치하는 등 경찰의 폴리스라인이 쉽게 무너진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박근혜 정부 들어 우익폭력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아스팔트 우파라 불리는 이들이 막무가내로 폭력을 행사하는데도 경찰은 엄벌 대신 사실상 방치해왔다. 어버이연합 게이트 등에서 드러났듯이 청와대가 앞장서 자금을 지원해가며 이들을 행동대로 부려온 혐의가 짙다. 폭력을 주도한 단체와 배후까지 철저히 조사해 엄벌하지 않으면 곧 다가올 대선 분위기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수사당국은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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