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1.07 21:47
수정 : 2005.11.07 21:47
사설
전국적인 조직을 갖췄다는 ‘뉴라이트 전국연합’이 어제 창립했다. ‘새로운 우파’라는 뜻의 뉴라이트를 공개적으로 표방하기론 ‘뉴라이트 네트워크’에 이은 두번째 연합단체다. 이로써 낡은 수구보수 세력과 차별성을 강조하며 최근 등장한 신보수 운동이 대중을 상대로 한 운동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들이 쉬운 우리말을 놔두고 굳이 뉴라이트라는 영어를 쓰는 건, 수구보수의 낡고 고루한 이미지를 벗어나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려는 것쯤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이들의 등장은 아직도 낡은 세계관을 우려먹고 있는 수구 세력들이 각성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전국연합의 창립선언문도 “반성할 줄 모르는 역사에 미래는 없다”며 “‘올드 라이트’가 만들어 낸 ‘성공’신화 속에 가려진 잘못된 유산을 바로잡는 일에 우리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체의 운동 이념과 관련해선 “문화전통을 자유주의와 접합시켜 한편으로는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공동체의 따뜻함을 잃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뉴라이트 전국연합이 이대로만 활동한다면, 공허한 이념대결이나 색깔론 시비에 국력을 낭비하는 일은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목표를 보면 기대를 걸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선언문은 가장 절실하고 필수적인 작업으로 “좌경화된 자학적 역사관으로 왜곡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바로잡는 일”을 꼽았다. 일본 극우파가 아시아 침략 정당화에 이용하는 ‘자학적 역사관’이란 용어를 서슴없이 반복하는 데서 그들의 역사의식이 드러난다. ‘2007년 좌편향 정권의 재집권 저지’를 단기 목표로 내세운 것도 색깔론에 의지하는 낡은 정치의 단면을 보여준다. 이름만 바꾼다고 합리적 보수로 탈바꿈할 수 있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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