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1.22 18:11
수정 : 2017.01.22 18:11
2005년 증권집단소송제가 도입된 지 12년 만에 처음으로 1심 판결이 나왔다. 증권집단소송제는 주가조작·분식회계 등 기업의 증권 관련 불법행위로 투자자들이 피해를 본 경우 한 사람만 승소해도 같은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모두 보상받는 제도다. 20일 법원은 6명의 투자자가 도이치은행(도이체방크)을 상대로 낸 증권집단소송에서 “도이치은행은 피해자들에게 총 8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6명이 소송을 냈지만 효력은 전체 피해자 464명에게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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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그룹 회사채·기업어음 사기 발행 사건의 피해자들이 2013년 10월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의 ‘불완전판매 신고센터’를 찾아 피해 사례를 접수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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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집단소송의 첫 판결이 원고 승소로 나온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제도 도입 12년 만의 첫 판결은 이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여실히 드러낸다. 도입 당시 기업들이 소송 남발에 따른 부담 증가를 내세워 강하게 반대하는 바람에 소송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워졌고 대상도 대폭 제한됐다. 그 결과 그동안 법원에 접수된 소송은 9건, 이 중 소송 허가를 받은 것은 5건에 불과하다. 대우조선 분식회계와 한미약품 늑장공시 등 증권 관련 불법행위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는 현실에 비춰볼 때 유명무실한 제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가장 큰 걸림돌로는 사실상 ‘6심제’로 운영되는 법원의 소송 허가 절차가 꼽힌다. 집단소송을 하려면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허가를 받더라도 기업이 불복하면 소송을 개시할 수 없다. 또 기업들의 자료 제출 기피 탓에 피해자들의 증거 확보도 어려움이 따른다. 이런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이 발의한 증권집단소송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가습기 살균제와 폴크스바겐 사태에서 그 필요성이 확인됐듯이, 집단소송의 대상을 증권뿐 아니라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는 모든 분야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국회는 소비자 피해의 신속한 구제와 기업의 책임경영 강화를 위해 집단소송제 보완을 서두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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