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1.08 19:22
수정 : 2005.11.08 19:22
사설
이른바 엑스파일 사건의 핵심 열쇠를 쥐고 있는 홍석현 전 중앙일보사 사장이 검찰의 소환 통보에 계속 불응하면서 귀국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그는 애초 10일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비행기표를 예약했다가 취소했다. 귀국 비행기편을 예약했다 취소한 것이 벌써 두번째다. 곧 귀국할 것처럼 연기만 피우면서 도피성 국외체류 생활을 장기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귀국을 거부하면서 삼성의 불법 로비 의혹이나, 검사들에 대한 ‘떡값’ 제공 의혹 수사는 한걸음도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검찰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시기가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느긋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검찰 고위관계자는 “우리가 그쪽에 이야기한 게 있고, 양해하는 게 있다”는 말까지 했다. 도대체 양쪽 사이에 무슨 말이 오고갔으며, 검찰이 무엇을 양해했다는 것인지 궁금하기만 하다. 검찰의 이런 석연찮은 태도는 검찰과 홍 전 사장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지 않은가 하는 추측마저 불러일으킨다. 홍 전 사장은 1999년 보광그룹 탈세 사건 때도 검찰과 물밑 협상을 시도한 바 있어 그런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홍 전 사장은 지난 9월23일 주미대사직을 떠나면서 “남아 있는 업보가 있다면 회피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대사직을 사임한 지 한 달 보름이 넘도록 버티고 있는 것을 보면 그런 다짐이 진실된 것인지조차 의심스럽다. 홍 전 사장은 더는 구차한 모습을 보이지 말고 한시바삐 귀국해 검찰 수사에 응해야 한다. 그것이 거대 언론사 사주에다 주미대사까지 지낸 사람이 마땅히 해야 할 도리다. 검찰도 그의 장기 국외도피를 방치하지 말고 송환 요청 등 좀더 적극적인 방안을 강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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