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2.15 18:21
수정 : 2017.02.15 19:30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를 두고 삼성이 “최순실 특검이 아니라 삼성 특검으로 변질됐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보수언론은 “특검이 촛불을 등에 업고 먼지떨이 수사를 한다”고 비난을 퍼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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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뇌물공여 혐의 등을 조사받기 위해 서울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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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은 법원이 지난달 19일 부정한 청탁과 대가관계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영장을 기각하자, 추가 수사를 거쳐 26일 만에 영장을 다시 청구했다. 이번에 특검은 이 부회장이 최순실 모녀에게 433억원을 건넨 대가의 범위를 2015년 7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뿐 아니라 순환출자 해소와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 등 이 부회장의 후계 승계 과정 전반으로 넓혀서 봤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말부터 지난해 초까지 삼성에 특혜를 주도록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에 압력을 행사한 정황을 파악했다. 합병은 승계 과정의 한 단계일 뿐이다. 특히 지주회사 전환은 합병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로, 정부의 도움이 절실하다. 합병 직후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안가 독대’를 앞두고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이 준비한 ‘대통령 말씀자료’에 “우리 정부 임기 안에 삼성의 후계 승계 문제가 해결되기 바란다” “삼성도 문화재단 후원에 적극 참여해 달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 부회장의 후계 승계 문제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거액을 요구한 것이다. 또 이 부회장과 함께 영장이 청구된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이 지난해 9월 말 독일에서 최씨를 만난 뒤 작성한 “검찰 수사 개시되면 삼성 폭발적”이란 내용의 메모도 확인됐다. 이런 게 ‘먼지’라면 세상에 구속될 피의자가 누가 있겠는가.
삼성과 보수언론은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 경영 공백은 물론 쇄신 작업도 물 건너간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그러길래 왜 진작 쇄신을 하지 않았느냐고 묻고 싶다. 2008년 ‘삼성 특검’을 비롯해 그동안 여러 차례 쇄신의 기회가 있었지만 총수 일가가 내팽개쳤다. ‘총수 리스크’를 해소하지 않는 한 ‘삼성의 위기’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거듭 강조하지만 재벌들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희생양이 아니다. 공범이다. 태생부터 문제가 많았던 정권이지만 그 정권을 돈으로 더욱더 오염시켰다는 점에서 책임이 크다. 그런데도 계속 피해자 행세를 한다면 돈을 앞세워 법 위에 군림하겠다는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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