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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3.14 18:08 수정 : 2017.03.14 20:08

상당수 대기업들이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 ‘이사회의 독립성’을 약화시키는 안건들을 잇따라 상정하고 있다. ‘거수기 이사회’를 통해 ‘황제 경영’을 계속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그 난리를 치고도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지난해 12월6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한 재벌 총수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의 주총 안건 분석 자료를 보면, 지에스홈쇼핑은 허태수 대표이사와 고려대 법대 동기인 구희권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 등 고려대 출신 2명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효성은 5명의 사외이사 후보 중 3명이 조석래 회장의 경기고 동문이며, 이 가운데 2명은 감사위원을 겸임한다. 한화그룹은 ㈜한화와 한화테크윈 등 5개사의 사외이사를 계열사 전직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몇 곳만 예로 들었을 뿐, 동문이나 퇴직 임원을 사외이사로 선임한 사례는 이루 다 헤아리기 힘들다. 이런 사외이사들이 경영을 감시하고 지배주주의 전횡을 견제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기대 난망이다.

또 엘지전자와 현대건설 등은 이사 수를 줄이거나 상한을 두는 정관 변경안을 주총에 올렸다. 이사 수가 축소되면 그만큼 소액주주들의 이사 추천 가능성이 제한된다. 롯데손해보험은 이사회의 집행임원 선임권을 정관에서 아예 삭제하기로 했다. 이사회의 위상이 약해지고 대표이사의 권한은 더 커진다.

특검 수사 결과, 미르·케이스포츠재단에 774억원을 낸 53개 대기업 중 이사회 의결을 거친 곳은 단 2곳뿐이며 그나마 형식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제대로 된 이사회가 존재했다면 제동이 걸렸을 수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5개 재벌의 상장 계열사 165곳을 대상으로 2015년 4월~2016년 3월 이사회 안건 처리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총 3997건 중 3981건이 원안 그대로 가결됐다. 사실상 100%(99.6%) 통과다. 한국 기업 이사회는 독립성 측면에서 한마디로 창피한 수준이다. 세계경제포럼의 ‘2016~2017 국가 경쟁력 평가’에서 한국 기업의 ‘이사회 유효성’ 순위가 138개국 중 109위로 최하위권이다.

기업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외부에서 바꿔야 한다.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등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회가 제구실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또 너무 느슨한 사외이사의 자격 요건도 이번 기회에 손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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