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1.10 19:35
수정 : 2005.11.10 19:35
사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이 구체화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일부 쟁점 사항을 빼고 주요 내용에 합의했다고 한다. 노-정 관계가 아주 나쁜 걸 생각할 때 이 안이 정부 생각대로 내년 2월까지 처리될지 의심스럽거니와 내용도 ‘선진화’와는 거리가 멀다. 국제노동기구 권고안 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탓이다.
정부가 이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2007년부터 개별 기업에 둘 이상의 노조 설립이 가능해지고 노조전임자 임금지급이 전면 금지되는 등 바뀌는 노사관계에 대응할 필요성 때문이다. 또 국제 노동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부분들을 이 참에 고치자는 취지도 있다. 그래서 노사관계법이나 제도 개선을 마냥 미룰 수는 없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이 합의했거나 조정 중인 안들은 이런 취지에 많이 모자란다.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조항을 없애지 않기로 한 점, 필수공익 사업장에 대한 직권중재를 없애되 쟁의 중 대체인력 투입 허용 등 다른 제약 요인을 두기로 한 점, 복수 노조의 교섭 단일화를 강제하는 점이 특히 그렇다. 노조 전임자 문제와 복수 노조의 교섭 문제는 노사 자율에 맡기는 게 국제 기준이다. 공익사업장 관련 부분도 국제노동기구 권고안에 역행한다. 산별노조 추세에 대응한 교섭 틀 개선이나 복수노조 체제에 따른 새로운 부당 노동행위 대처 방안이 없는 등 변화하는 노사관계에 대응하려는 노력도 미흡하다. 게다가 정부 쪽은 사용자들이 계속 주장해온 정리해고 요건 완화는 들어주려 하면서 노동계의 실업자와 이주노동자 권리 보호, 손배가압류 대책 요구는 귀담아 듣지 않고 있다.
이런 식으로 노사관계 선진화를 이루겠다는 건 너무나 안일하다. 정부는 선진국의 노동기준부터 다시 따져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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