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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성범죄 혐의마저 ‘선거 마케팅’에 쓰겠다는 건가 |
과거의 범죄를 후회하며 고백할 때는 그 고통의 무게감과 진정성이 전해져야 한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돼지흥분제’ 유감 표명과 그 이후의 행동은 아무리 봐도 그에 미치지 못한다.
홍 후보는 22일 자신의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돼지흥분제 논란과 관련해 “어릴 때 저질렀던 잘못이고 스스로 고백했다. 이제 그만 용서해주시기 바란다”는 글을 올렸다. 전날 “하숙하면서 에스(S) 대학 학생들이 하는 이야기를 옆에서 들었다”며 직접 관여 사실을 부인했던 데 비하면, 한발짝 더 나간 것이라 볼 수도 있다. 그런데 그는 이 말을 붙였다. “이제 와서 공개된 자서전을 재론하는 걸 보니 저에 대해선 검증할 것이 없기는 없나 봅니다.” 별 중요하지 않은 걸 갖고 꼬투리 잡는다는 투의 이 말을 보고 진정한 사과라고 느낄 사람이 어디 있겠나.
홍 후보는 23일 티브이 토론회에서도 다른 후보들로부터 일제히 사퇴 요구를 받자 “국민들에게 죄송합니다”라면서도 ‘45년 전 일’ ‘12년 전 고해성사한 것’이라는 점을 계속 강조했다. 하지만 돼지발정제를 구해줬다는 에피소드는 ‘철없는 시절 치기 어린 친구들의 장난’으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여성을 폭력으로 강압하는 것을 ‘터프한 로맨스’로 착각하는 잘못된 문화 속에, 음란사이트 소라넷이나 남학생 단톡방 같은 범죄가 갈수록 기승인 게 우리 현실이다. 홍 후보의 발언에선 이에 대한 심각한 인식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는 이날도 자신의 에스엔에스에 “(온라인상의) 빅데이터도 제가 훨씬 높고 상대 후보 두 사람은 두배 이하 근처에서 머물고 있습니다. 이제는 관심도를 지지도로 이끌어 내는 것만 남았습니다”라고 썼다. 설거지 발언에 이은 돼지발정제 논란으로 빅데이터 수치가 올라간 걸 두고 ‘관심도 상승’이라니, 범죄 혐의마저 선거 마케팅 기회로 삼겠다는 얘기로밖에 안 들린다. 유권자들에 대한 모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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