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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4.25 18:01 수정 : 2017.04.25 18:01

바른정당이 19대 대선이 보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자당의 유승민 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3자 후보 단일화’를 덜컥 제안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제압하기 위한 ‘반문 연대’를 하자는 것인데, 명분도 실리도 가능성도 별로 없는 얄팍한 노림수일 뿐이다. 소속 의원들이 밤중에 모여 난상토론 끝에 이런 결정을 끌어냈다는데, 결과적으로 난파 직전의 배에서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각자도생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한 꼴이다.

바른정당 의원들의 제안은 우선 당사자인 유승민 후보가 완주 의사를 밝히는 와중에 나온 것이어서 납득하기 어렵다. 공당이 스스로 선출한 후보를 상황이 좀 어렵다고 해서 헌신짝 버리듯 해서는 곤란하다. 그동안 선거 막바지에 이런저런 단일화 논의가 있었지만, 이번처럼 후보 의견을 무시하고 급작스레 나온 경우는 드물다. 선거운동은 이미 시작됐고, 어떤 국민적 요구나 당사자들 간의 정책적 논의도 없었다. 국민은 안중에 없는 정치공학적 야합의 모색일 뿐이다.

무엇보다 이번 제안은 ‘개혁 보수’ ‘건전 보수’를 자처하는 바른정당의 창당 정신을 뿌리째 뒤흔드는 일이다. 바른정당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찬성함으로써 친박으로 대표되는 수구보수 세력과 분명한 선을 긋고 나온 정당이다. 그런데 다시 그 정당의 후보와 손을 잡겠다는 건, 그동안 해온 모든 것을 스스로 부정하는 셈이다. 더욱이 유승민 후보는 ‘돼지 발정제’ 논란을 빚은 홍준표 후보의 사퇴를 촉구하기까지 했다.

후보와 당의 지지도가 바닥인 바른정당 국회의원들로서는 대선 이후의 정치적 활로를 찾기 위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선거판을 흔들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연대 대상으로 지목된 안철수 후보 쪽은 “제안하더라도 논의하지 않겠다”고 손사래를 쳤다. 홍준표 후보는 외려 안철수 후보를 배제한 ‘보수 대통합’을 주장했다. 앞으로 추이를 좀더 지켜봐야겠지만, 3자 연대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결국 이 제안은 바른정당 의원들이 이를 명분 삼아 어떻게든 각자 살 길을 찾아보겠다는 속셈에서 나왔다고 볼 수밖에 없다.

창당한 지 석달 된 정당이 손바닥 뒤집듯 스스로 존립 기반을 허무는 것을 지켜보는 국민은 허탈하다. 정치가 이래서는 안 된다. 바른정당은 창당 때 내세운 대로 보수의 새 길을 갈지, 아니면 ‘도로 수구보수’로 회귀할지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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