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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차별, 방관할 셈인가 |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른바 ‘희망퇴직’은 짚어볼 대목이 많다. 먼저 고용불안이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엄청난 순익을 낸 은행이 감원에 나선 행태에 노동조합이 ‘전격 합의’를 해 준 게 과연 최선의 길이었는지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노사는 희망 퇴직자에게 주는 ‘혜택’이 ‘24개월치 위로금’에 더해 자녀 학자금과 주식이 있어 ‘파격’임을 들었다. 대다수 노동자들이 그에 비교할 수 없는 처우로 퇴직을 강요당하는 현실에서 ‘파격’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국민은행의 비정규직 직원들은 그런 혜택조차 받지 못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정규직 감원보다 비정규직 감원이 비율이나 절대 규모에서 큰 현실에 비추어볼 때, 이는 있어서는 안 될 차별이다. 재직 때의 차별 대우도 모자라, 희망퇴직 순간까지 차별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는 비정규직의 문제가 다시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비정규직 차별은 비단 국민은행만이 아니다. 은행권 전반, 나아가 한국 노동사회 전반에 걸쳐 가장 큰 쟁점으로 부각된 지 오래다.
그런데도 비정규직 대책을 세워야 마땅한 노동부와 열린우리당은 당정협의를 통해 이번달 안에 파견 업종을 확대하는 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노동부는 자신들이 국회에 제출한 법안이 ‘비정규직 보호법안’이라고 계속 주장하고 있지만, 당사자인 노동계는 물론, 시민사회 단체들까지 나서서 법안 자체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반면에 비정규직 노동자가 분신자살을 시도한 현대자동차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정규직에 대한 노골적이고 폭력적인 탄압은 모르쇠하고 있다. 노동부가 과연 이름에 걸맞은 일을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노동부가 스스로 만든 비정규직 법안을 두고 왜 노동계와 시민사회에서 한목소리로 반대하는지 겸허하게 경청하고, 지금이라도 여론을 수렴하길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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