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1.13 21:23
수정 : 2005.11.13 21:23
사설
한겨레통일문화재단과 부산광역시가 지난 주말 아태 경제협력체(아펙) 정상회의를 앞두고 있는 부산에서 함께 주최한 ‘아시아의 새질서와 연대의 모색’이란 국제학술회의는 주로 정치·군사적 시각에서 접근하는 기존의 숱한 모임과는 여러가지 면에서 차별성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참가자들의 국적이 미국·일본·중국 등 주변 강국뿐만 아니라 아세안 독일·영국·캐나다 등지로 다양했고, 문화적 접근, 대등한 소통, 시민사회의 연대 방안 등이 함께 논의되는 등 대조를 보였다. 동아시아의 새 판을 짜는 데 군사력 등 힘의 논리가 아니라 민관 합동의 ‘소프트 파워’가 강조된 것은 참가자들이 학자나 전직 관료에 국한되지 않고 시민운동 활동가들도 망라됐기 때문이다.
아시아의 각 나라가 필연적으로 영향을 주고 받을 수밖에 없는 운명체가 됐다는 점이 확인된 것은 주목할 만하다. 한국 정부가 벌이고 있는 기밀문서 공개와 과거사 청산작업은 일본같이 정보공개에 소극적인 나라의 정부에는 압력수단이 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일본의 평화헌법은 특정국이 아닌 ‘아시아의 자산’이기 때문에 함께 지켜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겨레신문사가 한·중·일 3국의 역사학자들과 시민단체들의 값진 논의의 성과를 모아 펴낸 <미래를 여는 역사>가 이 지역에서 인식의 차이를 좁혀 공동체 형성을 앞당기는 중요한 시도로 평가받은 것은 의미가 깊다.
한겨레통일문화재단과 한겨레신문사는 이번 회의의 성과와 부족한 부분을 면밀히 검토해 동아시아의 거대 담론들이 알차게 정리될 수 있는 포럼을 해마다 이어갈 예정이다. 이 포럼이 화해·평화·연대를 기반으로 한 동아시아 공동체 건설을 촉진하는 논의의 교차로가 될 수 있도록 각계의 건설적 비판과 협력이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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