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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국정원 ‘정치 불개입’ 약속, 법 바꿔 못 뒤집게 해야 |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행정부처나 언론사 등을 출입하는 국내정보 담당관 제도 폐지를 지시했다고 국정원이 1일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정치개입 단절과 개혁 실현을 위한 조처”라며 지연·학연 배제를 위해 “(직원) 인사카드에서 출신지를 지울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정치개입 근절과 국정원 개혁을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 따른 것으로 당연한 조처다.
국정원이 정치정보 수집을 않겠다고 해서 국정원법에 있는 대공·방첩 등 ‘보안정보’ 수집까지 않겠다는 뜻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정치정보 수집도 실제론 ‘보안정보’ 수집을 명분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 규정이 살아 있는 한 언제든 정치개입이 부활할 소지는 남아 있다.
역대 정부에서 봤듯이 대통령 직속기관이란 점에서 국정원의 운영과 구성은 대통령 의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법과 제도를 바꿔서 후퇴할 수 없게 대못질 해놓지 않으면 정권 향배에 따라 다시 뒷걸음칠 수 있다는 걸 우리는 지난 20년간 생생히 보았다. 문 대통령이 “완전한 개혁방안은 더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듯이 근본적으로는 국정원법을 손봐야 한다.
서 원장은 앞으로 외부 전문가까지 참여하는 국정원 발전위원회를 구성해 개혁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국정원의 ‘국내정보 수집업무 전면 폐지’와 함께 ‘수사기능 폐지, 대공수사권의 경찰청 안보수사국(신설) 이전’을 약속했다. 테러방지법에 대해서도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기록적인 의사진행방해(필리버스터)까지 하면서 반대했다. 이런 부분도 발전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적극 반영돼야 한다.
개혁을 위해선 적폐 청산이 선행돼야 한다. 댓글사건은 물론 ‘화이트 리스트’나 우익단체를 활용한 정치공작 등 내부 불법행위를 분명히 단죄해서 교훈을 얻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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