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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15 19:39 수정 : 2005.11.15 23:17

사설

김대중 정부 시절 국정원이 도청을 한 적이 결코 없다는 임동원·신건 전 국정원장의 발뺌이 거짓임은 짐작했으나,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난 두 사람의 행태는 예상을 뛰어넘는다. 김은성 전 국정원 차장의 법정 진술을 보면 이들은 도청을 국내정치에 활용했을 뿐만 아니라 사건이 터진 뒤 은폐 지시까지 내렸다고 한다. 법원이 두 사람에 대한 영장을 발부한 것도 이들이 도청에 관여·묵인했음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두 사람이 끝까지 책임을 회피하고 형사처벌을 면하려 안간힘을 쓴 것은 국민에게 두 번 죄를 짓은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 쪽이 “무도하고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도 매우 실망스럽다. 지금은 김 전 대통령이 화를 낼 때가 아니라 국민에게 고개 숙여 반성하고 사과해야 할 때다. 청와대가 ‘내부 의견’ 형식을 빌려 “영장 청구는 지나쳤다”고 거들고 나선 것 역시 속이 들여다보이는 행태다. 정치권이 한결같이 이번 사안을 ‘호남 민심 잡기’ 등 정치적 이해득실 차원에서 접근하는 모습은 썩 유쾌하지 않다. 국가기관이 국민의 사생활을 몰래 엿들은 행위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국민의 기본권과 관련한 중대한 사안임을 정치권은 다시 한번 상기하기 바란다.

검찰로서는 정보기관의 전직 총수 두 명을 한꺼번에 단죄한 것에 걸맞게 도청 사건 전반에 걸쳐 형평성 있는 수사 결과를 보여줄 책임을 지게 됐다. 김영삼 정부 시절 미림팀의 불법도청 과정에서 안기부 핵심인사들과 당시 정권 실세들이 어떤 구실을 했는지를 밝혀내는 일은 공소시효 문제의 차원을 떠나 검찰의 당연한 책무다. 삼성의 불법로비 의혹 등 도청 테이프 내용 수사에서도 검찰은 국정원 도청 사건에서 보여준 추상같은 자세를 지켜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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