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1.17 20:54
수정 : 2005.11.17 20:54
사설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어제 경주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한-미 동맹과 한반도 평화에 관한 공동선언’은 미래지향적 한-미 관계 발전을 위한 기본 구상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이 선언을 밑거름 삼아 21세기형 한-미 동맹을 구체화하기를 바란다.
지금까지 한-미 동맹은 한반도 분단과 주변 강국 사이의 대결을 전제로 한 탓에 냉전 종식 이후 평화와 공동번영을 추구하는 분위기와 맞지 않는 부분이 적잖았다. 이를 솔직하게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그간 주한미군 재배치 및 감축, 전략적 유연성, 이라크 파병, 남북한 교류·협력 속도, 전시 작전 통제권 등의 문제를 둘러싸고 이견과 갈등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물론 이번 공동선언이 모든 문제에 해답을 내린 것은 아니며, 그 부담은 새로 출범시킬 ‘동맹·동반자 관계를 위한 전략협의체’로 넘어갔다. 내년 초부터 가동될 이 장관급 전략대화가 말 그대로 ‘포괄적이고 역동적이며 호혜적인 동맹 관계’를 강화하는 주춧돌이 되기를 바란다.
북한핵 6자 회담이 역내 다자안보 협의체로 발전할 가능성과 한반도 평화체제에 관한 당사자간 협상 개최를 공동선언에 명기한 것도 의미가 있다. 평화체제 협상은 단순히 “6자 회담의 진전에 수반”하는 것이 아니라 핵문제 해결 노력을 견인한다는 적극적 자세로 임할 필요가 있다.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 노 대통령이 노예 해방과 국가 통합을 함께 고려한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대통령의 예를 든 것은 일리가 있다. 이라크 침공 등에서 보듯이, 인권 문제에 대한 무차별적 접근이 도리어 더 큰 인권 침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두 나라는 경계해야 한다. 남북 관계 발전과 북핵 문제 해결 진전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한 대목은 원칙적으로 타당하다.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남북 관계 진전을 가로막는 빌미로 이용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한-미 동맹은 미래지향적으로 바뀌어야 하지만, 우리나라의 대외관계에서 차지하는 중심적 위치까지 흔들려서는 안 된다. 두 나라의 상호 존중과 신뢰, 인내심 있는 노력만이 이를 담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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