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9.01 17:52
수정 : 2017.09.01 18:22
문재인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법원에서 “문 대통령은 공산주의자가 맞다”는 주장을 고수하는 발언을 했다. 고 이사장이 ‘문재인 공산주의자’의 근거라고 들이민 것들은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 것이어서 황당하기 이를 데 없다. 나라의 기틀을 바로잡고 북한과 대화를 통해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려는 사람은 모조리 공산주의자로 모는 꼴이다. 전두환 독재 시절 ‘부림사건’ 조작에 관여한 공안검사 출신임을 감추지 못하는 시대착오적이고 극우냉전주의적인 사고가 아닐 수 없다.
고 이사장의 어처구니없는 행태는 이것뿐이 아니다. 공영방송 붕괴 현실을 고발한 영화 <공범자들>을 보면, 고 이사장이 “애국시민들에게는 엠비시밖에 없다는 얘기 안 들리느냐”고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문화방송>(MBC)이 국정농단의 주범으로 파면당하고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하자는 극소수 태극기부대를 위한 방송임을 스스로 고백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사람이 문화방송의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장 자리에 앉아 있으니, 문화방송이 ‘부패권력 부역방송’으로 추락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고 이사장을 포함한 문화방송 경영진은 문화방송 구성원과 국민으로부터 사실상 탄핵당했다. 그런데도 이들은 어떻게든 목숨을 연장하기 위해 정치권과 손을 잡으려 동분서주하고 있다. 지난 30일 고 이사장이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은밀히 만나 문화방송 내부 동향을 논의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또 최근 문화방송과 <한국방송>(KBS) 그리고 국가기간통신인 <연합뉴스>의 고위관계자들과 자유한국당 의원 몇명이 몰래 만나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 버티기로 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공영언론 정상화 움직임을 ‘정치싸움’으로 만들어 연명의 기회를 노리는 치졸한 꼼수라고밖에 할 수 없다.
이들이 군림하는 공영방송의 현실은 참담하다. 한국방송과 문화방송 구성원들은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며 4일부터 동시 파업에 들어가기로 결의했다. 이번에야말로 이명박-박근혜 시대가 남긴 적폐를 털어내고 공영방송을 공영방송답게 세울 때다. 마침 법원은 1일 부당노동행위로 고발당했는데도 고용노동부의 출석 요청에 3차례나 불응한 김장겸 문화방송 사장의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엄정하게 수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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