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1.18 19:47
수정 : 2005.11.18 19:47
사설
“미군은 이라크 저항군의 주요 목표이며 폭력의 촉매자다.” “미군이 이라크에서 더는 군사적으로 완수할 것이 없다. 미군은 고통받고 있으며, 나라의 미래가 위험한 상태다.” 반전 시위대의 주장이 아니다. 미국 민주당의 대표적 강경파로 조지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침공 계획을 지지했던 중진 하원의원 존 머서의 냉정한 평가다. 그는 미군의 즉각 철수를 요구하는 법안을 그제 의회에 냈다.
우리 정부와 여당 지도부의 문제의식은 머서 의원한테도 한참 못미친다. 정부·여당은 어제 당정협의에서, 올해 말로 돼 있는 자이툰 부대의 파병기한을 1년 연장하는 국회 동의안을 다음주에 제출하기로 했다. 유엔과 국제사회 분위기, 파병국들의 동향, 파병 효과, 한-미 동맹 등을 고려했다는데, 여기서 어떻게 파병 연장이라는 결론이 나오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3200여 병력 가운데 1천명 정도를 내년 상반기부터 단계적으로 철수시킨다는 내용도 파병 연장을 위한 꾐수로 보인다.
이라크에 병력을 보낸 37개국 중 21개국이 이미 철군했거나 철군 계획을 밝힌 상태다. 현재 28개국 15만6천명이 주둔 중이라지만, 미국·영국·한국군을 뺀 나머지 병력을 다 합쳐봐야 만명밖에 안 된다. 나라당 수백명에 불과하다. 이제 한국은 이라크 침공을 주도한 미국·영국과 함께 ‘점령 주도국’임을 지구촌에 과시하고 있다. 얼마 전부터는 국회 동의안이 규정한 ‘평화 정착과 재건 지원’이라는 파병 목적을 임의로 확대 해석해, 주둔지 부근 유엔 사무소의 외곽 경비와 요원 경호까지 떠맡았다.
애초부터 이라크에 가야 할 이유가 없었던 자이툰 부대가 내년까지 머물러야 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 정부와 여야는 지금이라도 진지한 성찰을 통해 잘못을 바로잡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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