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9.24 18:36
수정 : 2017.09.24 22:10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욕한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의 막말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정 의원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노 대통령 부인 권양숙씨와 아들이 박연차씨로부터 수백만불 금품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부부 싸움 끝에 권씨는 가출을 하고, 그날 밤 혼자 남은 노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이 과거 여당 시절부터 노 전 대통령을 욕보인 게 한두번이 아니지만, 정 의원의 막말은 금도를 넘어섰다. 고인뿐 아니라 유족의 명예까지 심각하게 훼손했다. 여당 원내대표를 지낸 4선 의원이 할 소리가 아니다. 정치인 이전에 인간이 갖춰야 할 기본적 예의조차 포기한 것이다. 한마디로 일베 수준의 막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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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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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재단은 “정진석의 정신 나간 망언은 인내의 한계를 넘어서는 일”이라며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에 대해 단호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력 대응 방침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도 일제히 정 의원의 막말을 비판하면서 “정치적·법적·도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정 의원이 노 전 대통령에게 막말을 퍼부은 의도는 뻔하다. 국가정보원의 정치공작과 관련한 검찰 수사가 점점 이 전 대통령 쪽으로 향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면서 물타기를 시도한 것이다. 정 의원 자신도 이를 감추지 않고 있다. 정 의원은 막말 파문이 번지자 23일 또다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노 대통령의 한을 풀기 위해서 또 다른 형태의 정치 보복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느냐”고 주장했다. ‘정치 보복 프레임’으로 몰아가려는 속셈이다. 자유한국당은 한술 더 떴다. 강효상 대변인은 23일 논평에서 “노 전 대통령 뇌물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재수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정부가 무리한 수사로 노 전 대통령을 사지에 몰아넣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도 자유한국당은 노 전 대통령을 끌어들여 맞불을 놓아 물타기를 하겠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궁지에 몰릴 때마다 써먹은 수법이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노 전 대통령을 욕보이는 일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 이런 비열하고 치졸한 짓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일 수 있다는 착각에서 이젠 깨어날 때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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