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리나라에서 처음 열린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펙) 정상회의가 그제 막을 내렸다. 주제가 ‘하나의 공동체를 향한 도전과 변화’였듯이, 이번 회의는 역내 통합 노력을 한 걸음 더 진전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성숙한 모습을 보여준 부산 시민들에게도 박수를 보낸다.세계 최대 지역 경제협력체라는 아펙의 성격은 강점이면서 약점도 된다. 내부 구성이 다양하고 구심점이 분명하지 않아 논의 수준을 맞추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세계무역기구 도하개발의제에 관한 특별성명’과 역내 무역·투자 자유화를 위한 ‘부산 로드맵’ 등을 채택한 것은 상당한 성과다. 조류독감에 대한 공조체제 구축과 역내 부패방지 활동 강화 등 공동현안에 대한 접근도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제창한 ‘양극화 격차 해소를 위한 노력’도 참가국들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우리나라는 미, 중, 일, 러와의 개별 정상회담에서 9·19 공동성명 이행 약속을 재확인하는 등 북한핵 6자회담의 긍정적 동력을 이어갔다. 특히 미국과는 한-미 동맹의 미래지향적 발전, 6자회담의 다자안보협의체로의 발전 가능성,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 논의 등에 대해 합의하는 진전을 이뤘다. 중국, 러시아와 경제협력을 한층 강화하기로 한 것도 눈에 띈다. 하지만 한-일 정상회담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의 정당성을 다시 강변한 것은 큰 유감이다.
다른 통상 관련 국제회의 때처럼 이번 회의에서도 어김없이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집회가 잇따랐다. 정부는 이들의 목소리도 적극 수렴해, 이번 회의의 성과를 경제 활성화와 북핵 문제 진전뿐만 아니라 갈수록 심각해지는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밑거름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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