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0.31 18:07
수정 : 2017.10.31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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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1일 오후 경기 광주 퇴촌면 ‘나눔의 집’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관련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한 민간국제모금운동 전개 기자회견에서 이옥선(오른쪽부터), 박옥선, 하점연 할머니가 힘겹게 앉아 있다. 참석자들은 일본 정부가 기록물 등재를 방해하기 위해 유네스코에 분담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시민들이 유네스코 분담금 민간모금운동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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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비롯한 9개국이 함께 신청한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에 실패했다. 위안부 기록물을 심사한 유네스코는 31일 ‘등재 보류’ 결정을 내리고 ‘당사국 간 대화’를 권고했다. 유네스코가 인류 보편 가치에 입각해 기록물을 판단하지 않고 서로 대화하라고 떠넘긴 것은 비겁한 결정이다. 돈을 무기로 한 일본의 압력에 굴복했다는 비판도 피해가기 어렵다.
유네스코는 2015년에도 중국이 단독으로 위안부 기록물 등재를 신청하자 다른 피해국들과 공동으로 신청하라며 보류한 바 있다. 이후 위안부 피해 8개국과 영국이 연대해 등재를 재신청으나 이번에도 받아주지 않았다. 앞서 유네스코는 세계기록유산과 관련해 이견이 있을 경우 당사국 간 대화를 촉구하고 최대 4년간 보류한다는 결의를 채택하고, 이 심사제도 개혁안을 2019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런 결의를 무시하고 이번 위안부 기록물 등재 심사에 새 제도를 앞당겨 적용했다. 국제기구의 위상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무리한 처신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위안부 기록물 등재를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지난해 등재 신청이 이루어진 이후 분담금 지급을 미루며 유네스코를 압박했다. 최근 미국이 유네스코 탈퇴를 선언한 터라 최대 분담금 지급국이 된 일본이 돈의 힘을 이용해 유네스코를 흔들어댄 것이다. 일본 정부로선 위안부 기록물 등재를 막은 것이 회심의 승리로 비치겠지만, 과거의 잘못을 가리기 위해 국제사회의 정당한 노력을 저지했다는 사실은 결코 자랑할 일이 못 된다.
유네스코의 새 제도를 고려해 보건대 위안부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정부는 시민사회와 손잡고 위안부 문제의 국제적 공론화를 위해 다각적인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이번 실패를 만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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