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1.22 19:55
수정 : 2005.11.22 19:55
사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손경식 씨제이(CJ) 회장을 새 회장으로 맞이한다. 5만여 회원사들이 그에게 거는 기대는 여느 때와 다를 듯하다. 박용성 전 회장이 두산사태로 불명예 퇴진한 터라 우선은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급한 과제이리라. 그러나 거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추스른 뒤에는 대한상의가 명실상부한 대표 기업단체로 자리잡도록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손 회장이 재벌 출신이면서도 총수 직계 가족이 아니라는 점은 그런 일을 하는 데 장점이 될 수도 있다.
대한상의는 상공회의소법에 바탕을 둔 법정단체다. 회원사도 전 업계를 망라한다. 재벌 중심의 임의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는 성격부터 다르다. 그럼에도 기업단체의 맏형 자리는 늘 전경련 몫이었다. 그렇다 보니 재벌 의견이 마치 기업 전체 의견인 양 호도되기도 했다. 대한상의가 주어진 제 밥그릇도 챙기지 못한 탓이다.
새 회장 취임을 계기로 스스로 위상을 높이는 데 힘쓰는 것만이 제자리를 찾는 길이다. ‘회원의 공동이익을 꾀하고 …상공업의 경쟁력 강화 및 진흥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정관은 이미 답을 말하고 있다. 전체 기업에 이익이 된다면 재벌 규제와 개혁 필요성도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전경련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따라하며 또 하나의 재벌 대변자 노릇에 그쳐서는 대한상의가 굳이 존재할 의미도 없다.
무엇보다 폭넓게 기업 의견을 수렴하고, 정책개발 역량을 키워 나가야 한다. 기업에 필요한 정보를 생산·제공하는 능력을 높이는 일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회원 기업들의 믿음이 쌓이면 대표 기업단체 자리는 절로 온다. 2007년부터는 의무 회원가입제도 없어진다. 달라지지 않으면 제자리를 찾기는커녕 심각한 위기에 처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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