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1.16 17:35
수정 : 2017.11.16 19:36
오랜 세월 우리에게 지진은 남의 나라 일이었다. 우리나라에선 인명·재산 피해를 낳은 지진이 거의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해와 올해 경주, 포항에서 잇따라 일어난 큰 지진은 우리로 하여금 생각을 바꾸도록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9월12일 경주 지진은 규모 5.8로 우리나라에서 지진 관측을 시작한 1978년 이래 최대였고, 15일 일어난 포항 지진은 규모 5.4로 역대 2위였다. 두 지진은 모두 수많은 여진을 동반했고, 적잖은 피해를 낳았다. 지진이 이제 우리의 삶 속으로 깊숙이 들어온 것이다.
“봄 3월에 경주에 지진이 나서 백성들의 집이 무너지고 죽은 사람이 100명이 넘었다.” 이는 <삼국사기> 신라본기 혜공왕 15년(779년) 기록이다. <삼국사기>와 <조선왕조실록> 등 사료를 보면, 과거에 큰 지진이 일어난 일이 적지 않다. 주기적으로 되풀이되는 지진의 특성을 고려하면, 최근 일어난 일련의 지진은 한반도에서 지진 활동이 다시 활발해지기 시작하는 전조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경주 지진과 포항 지진의 경우, 규모에 견줘 피해가 상당히 크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일본에서는 올해 들어 규모 5.0 이상, 최대 진도 3 이상인 지진이 모두 36차례 일어났다. 피해는 경상 3명, 건물 일부 파손 22동에 그쳤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규모 5.4인 포항 지진에서만 부상자가 16일 오후 기준 60명이 넘고, 주택 파손 피해가 1천건이 넘는다. 지진이 잦은 일본에 견줘 우리의 지진 대비 태세가 매우 취약함을 알 수 있다.
아직 인간의 능력으로는 지진을 예측하기 어렵다. 더 큰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 다만 외국의 사례까지 고려해 역대 최악의 지진을 가정하고 대비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비효율적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지질·단층대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서둘러, 대비의 최적 수준을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다. 핵발전소 밀집 지역인 경상도 일대만이 아니라 한반도 전체를 대상으로 전반적인 지질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지역에 따라 건축물 내진설계 기준 등을 재정비해야 한다.
다중이용시설에 대해서는 면밀하게 안전 점검을 실시해야 한다. 한동대학교의 경우, 건물 4층 높이에서 외장재가 떨어져 쏟아져내렸다. 한동대가 지진 피해를 입었다고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한동대가 취약한 건축물로 학생들에게 큰 피해를 입힐 뻔한 일이었다. 이번 지진으로 손상을 입은 건축물은 방치하지 말고 보강 시설을 하거나 철거해야 한다. 겉보기에 손상이 없더라도 다중이용시설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고 안전 점검을 해야 한다. 또한 내진 설계 없이 지어진 민간 건축물이 아주 많다. 민간이 자발적으로 건축물 안전 진단을 받고 보강책을 마련할 수 있게 정부가 지원할 필요가 있다.
지진 대처 교육도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 지진이 일어난 뒤 행동 요령을 알려서는 별 소용이 없다. 시민들이 사태를 잘못 알고 비합리적인 행동을 해서 ‘패닉’으로 이어지는 일이 없어야 한다. 대중에게 영향력이 큰 미디어 종사자들부터 교육을 실시하고, 학교 교육과 민방위 훈련 등에서도 지진 대처 요령을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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