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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1.22 19:47 수정 : 2017.11.22 23:55

청와대가 22일 고위 공직 후보자 인사검증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기존 ‘5대 원칙’에서 ‘7대 원칙’으로 항목을 늘렸고, 범위도 새로 내놓았다. 뒤늦게라도 세부적 검증 기준을 제시한 건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미 임명된 공직자들의 원칙 위반에 면죄부를 주는 것 같아 유감스럽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병역면탈,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위장전입, 논문표절 등 다섯 가지에 걸리면 고위 공직자 인선에서 제외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이 공약을 지키지 못했다. 위장전입, 논문표절을 하고도 장관이 된 인물이 여럿이다. 이번에 발표한 세부 기준은 결과적으로 이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모양새가 됐다. 인수위원회 없이 곧바로 정권이 출범했다는 특수성과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이보다 훨씬 더한 인사를 고위 공직에 기용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국민과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건 아쉬운 일이다. 청와대가 뒤늦게라도 ‘국민 눈높이에 맞는 합리적 기준’이라며 스스로 구체적 기준을 제시했으니, 앞으로는 여기서 벗어나는 인물을 고위 공직에 지명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될 것이다.

이번에 청와대는 위장전입과 논문표절, 음주운전, 성 관련 범죄에 대해선 적용 시점을 달리해서 기준선을 제시했다. 위장전입의 경우, ‘2005년 7월 이후 부동산투기 또는 자녀의 선호학교 배정 목적으로 2회 이상’이면 공직에서 제외키로 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1989년 한 차례 위장전입한 이낙연 국무총리와 2000년 위장전입 전력이 있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검증원칙 위반’이란 꼬리표를 떼게 된다. 기존의 공직 인선에 문제가 없었음을 강조하기 위해 이런 기준을 정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청와대가 제시한 구체적 기준이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지, 국회에서 여야가 따져볼 일이다. 기준 자체보다, 그 기준에 대해 정치권과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는 게 훨씬 중요하다.

청와대가 기존 5대 원칙에 더해 음주운전과 성 관련 범죄를 공직 배제 사유로 추가한 것은 긍정적이다. 공직자 도덕성에 대한 국민 눈높이는 과거보다 훨씬 높아졌다. 세계적으로도 수십년 지난 성 추문까지 문제가 되는 추세다. 공직을 꿈꾸는 이들이 자세를 가다듬고 처신을 신중히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참에 공직자 검증과 인사청문 제도 전반을 논의해, 여야가 개선할 건 개선하고 합의할 건 합의하는 계기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침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가 ‘인사청문 제도 개혁특위’를 즉각 가동하자고 야당에 제안했다. 자유한국당도 여당 시절 인사청문 제도를 큰 틀에서 손봐야 한다고 여러차례 주장했으니,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개선책을 모색하길 바란다. 정권 바뀔 때마다 ‘내로남불’ 식의 정치 공방을 언제까지나 계속할 수는 없다.

17년째 운영돼온 인사청문 제도는 우리 사회에 많은 기여를 했지만, 여러 한계와 문제 또한 노출한 게 사실이다. 특히 도덕성에 대한 지나친 정파적 태도와 ‘이중 잣대’가 자주 지적돼왔다. 이제 공직자에게 요구되는 법적·도덕적 기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모색할 때가 됐다고 본다. 여야가 허심탄회하게 논의한다면, 도덕성과 업무능력을 함께 갖춘 공직자를 가려내기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찾는 게 아주 어렵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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