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1.23 20:27
수정 : 2005.11.23 20:27
사설
쌀협상 비준 동의안이 진통 끝에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됐다. 동의안 처리를 밀어붙인 쪽이나, 몸으로 막으려 했던 쪽이나 두루 어려운 과정이었다. 농민의 좌절감과 배신감은 곳곳에서 시위로 분출됐다. 생각과 처지는 다르나 각자 이유있는 행동이다.
무역으로 먹고살다시피 하는 나라가 세계 통상흐름을 거스르기 어렵다는 건 엄혹한 현실이다. 동의안 처리를 늦춘다고 뾰족수가 나지 않는다는 주장도 일리 있다. 반면에 왜 농민만 희생돼야 하느냐는 항변 역시 절절히 가슴에 와닿는다. 정부가 농민 말에 좀더 귀기울이고 믿음을 줬다면 진통을 조금이나마 줄이지 않았겠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제 과제는 깊어진 갈등을 풀고 어떻게 우리 농촌과 농업을 지킬 것인지 지혜를 모으는 일이다. 쌀 의무 수입량이 2014년까지 국내 소비량의 7.96%로 늘게 됐지만, 애써 긍정적으로 보면 그때까지 관세화가 유예돼 시간은 벌었다.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뒤 10년 동안의 1차 관세화 유예기간을 덧없이 보낸 잘못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앞으로 119조원이 농업·농촌 대책에 쓰이게 된다. 10년 뒤에 쌀시장이 완전히 개방돼도 농촌이 버틸 수 있게 농업 경쟁력을 높이고 농가 소득을 안정시키는 데 써야 한다.
기존 대책을 재점검하고 농민 목소리도 적극적으로 담아 농민이 희망을 놓지 않을 대책을 세우기 바란다. 식량 자급계획 법제화 등 농민 건의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나마 의지를 보이는 것과 막연히 농업을 지키자고 하는 것 사이엔 큰 차이가 있다. 정치권에서도 여야 할 것 없이 근본대책을 세우겠다고 한다. 과거 수없이 보아 왔듯이 이런 논의가 냄비처럼 뜨거워졌다가 곧 식어버려서는 안 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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