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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23 20:34 수정 : 2005.11.23 20:34

사설

이계진 신임 한나라당 대변인의 논평이 연일 화제다. 그는 대변인에 임명된 뒤 ‘웃음 소’자를 써서 “재미있는 정치에 일조하는 ‘소변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 다짐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 뒤 몇차례 나온 논평은 독설을 일삼았던 전임 전여옥 대변인과는 딴판이다. 그래서 그의 논평에는 벌써 ‘햇볕논평’ ‘온정논평’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이 대변인의 몇가지 논평은 당 안팎으로 적지 않은 논란도 불러일으켰다. 황우석 교수팀의 난자 의혹 사건에 대해 “여성의 난자는 자연적으로 생성되고 없어지는 것이다” “지나가는 여성을 납치해서 강제로 탈취한 것도 아니다”고 말한 것은 썩 잘된 논평은 아니었다. 황 교수를 응원한 것까지는 좋지만 생명윤리 문제를 그냥 덮고 넘어가자는 식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오포 비리 의혹 사건에서 5천만원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추경직 건설교통부 장관에 대해 “이해하고 넘어가고 싶다”고 말한 것을 놓고도 공직자 윤리 문제에 너무 경솔하게 대처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대변인이 면밀한 사전 지식이나 심사숙고 없이 섣불리 논평을 내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다. 그런 점에서 이 대변인은 앞으로 가다듬어야 할 대목이 많아 보인다. 하지만 ‘공격을 위한 공격’을 자제하고 ‘부드러운 정치’에 힘을 쏟으려는 그의 노력만큼은 높이 사줘야 한다.

그동안 대변인들의 헐뜯기식 공격, 입에 담기조차 힘들 정도의 폭언 행진은 서로간에 증오심을 증폭시키며 우리 정치 수준을 떨어뜨리는 데 일조했다. 대변인들의 거친 입에 비례해 정치에 대한 국민의 염증도 커졌다. 이 대변인은 앞으로도 ‘소변인’이 되겠다는 초심을 잃지 말기 바라며, 이를 계기로 다른 정당 대변인들도 ‘입의 순화’에 동참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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