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2.08 18:10
수정 : 2017.12.08 21:04
정치권의 비열한 흑색선전 윤곽이 뒤늦게 드러나고 있다. 10여년 전 ‘김대중 전 대통령(DJ) 100억원 양도성예금증서(CD) 의혹’을 주성영 전 한나라당 의원에게 제보한 인물이 박주원 국민의당 최고위원이라니 놀라운 일이다. 박 최고위원은 “10년 넘은 얘기”라고 얼버무릴 게 아니라, 진실을 분명하게 밝히고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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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제이 비자금 허위폭로’ 제보자로 지목된 박주원(왼쪽 두번째) 국민의당 최고위원이 지난 9월 10일 제2창당위원회 현판식에 참석해 안철수 대표 바로 옆에서 가림막을 걷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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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국회에서 ‘디제이 비자금’ 의혹을 제기한 주성영 전 의원은 결국 명예훼손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폭로 내용이 허위였음이 확인된 것이다. 하지만 정보를 제공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전직 대통령의 명예에 먹칠을 하고 가족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긴 제보자는 지금껏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은 셈이다. 그런데 그 제보자가 ‘디제이 정신 계승’을 외치는 정당에서 최고 지도부의 일원으로 버젓이 행세했다니, 어처구니없고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 사건은 ‘정치 흑색선전’의 전형을 보여줬다. ‘대검에서 취득한 정확한 정보’로 그럴듯하게 포장한 허위사실이 당시 한나라당에 전달됐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흠집 내는 데 활용됐다. 가짜정보가 건네진 2006년 지방선거에서 ‘대검 정보기획관실 정보관’ 출신의 박 최고위원은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경기 안산시장에 당선됐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지만, 만약 거짓정보를 제공해 전직 대통령을 음해한 대가로 공천장을 받았다면, 정치 도의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다.
안철수 대표는 ‘사실확인 이후 상응한 조처’를 언급하면서도 “정치적 의도를 가진 음해인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 측근인 박 최고위원을 겨냥했다고 벌써부터 사건의 배경을 의심하면서 ‘음모론’을 거론하는 건 매우 부적절한 처사다. 지금 중요한 건 사실관계를 분명히 따지는 일이지 정치적 의도 여부가 아니다. 안 대표는 사안의 엄중함을 무겁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박 최고위원이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당원권 정지, 최고위원직 사퇴로 끝내거나 아리송한 해명으로 어물쩍 넘기려 한다면 큰 오산이다. 주성영 전 의원은 폭로 당사자로서 법적 책임을 졌다고는 하지만, 지금이라도 제보 입수 경위 등 진실을 낱낱이 밝히는 게 옳다. 정치적 이득을 노린 허위폭로와 흑색선전은 근절해야 할 추악한 범죄다. 사건의 진상을 끝까지 파헤치고 관련자들에겐 엄중한 법적,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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